日기업 속속 해외로 팔린다…車-증권사 상당수 매각

  • 입력 2000년 5월 22일 19시 13분


일본 기업들이 속속 외국에 팔려나가고 있다.

1980년대 호황기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 기업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던 것과 대조적으로 이번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고 있는 것. 한때 ‘경제대국’이라는 자부심에 살던 일본 내부에서는 ‘일본이 송두리째 넘어갈지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느끼는 기색이다.

일본의 경제전문지 ‘주간 다이아몬드’가 최근 주요 업종별 주주구성비율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전기전자 전자부품 제약 손해보험 증권 등 6개업종의 외국인 주주 지분이 1994년 조사결과에 비해 각각 2∼3배 가량 높아졌다.

외국인 주주 지분이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은 자동차와 증권.

자동차의 경우 일본 최대업체인 도요타와 2위 업체 혼다를 빼고 나머지 6개 업체가 모두 외국기업에 넘어갔다. 이스즈, 스즈키, 후지쓰 등 3개업체가 미국 GM 손에 들어갔고 닛산은 프랑스의 르노와, 마쓰다는 미국 포드와, 미쓰비시는 미국 다임러크라이슬러와 각각 손을 잡았다. 일본 자동차업계의 외국인 지분은 94년 13.3%에서 지난해 30.9%로 높아졌다.

경제 거품이 급속히 빠지면서 파산하거나 경영위기를 맞았던 증권업계도 외국인 지분이 종전 9.1%에서 27.5%로 늘어났다. 업계4위였던 야마이치증권은 경영파탄으로 미국 메릴린치증권에 넘어갔고 닛코증권은 미국 씨티그룹과 자본제휴를 맺고 지분을 내줬다. 노무라증권과 다이와증권도 외국인 지분이 94년보다 두 배인 25% 안팎으로 늘었다.

제약업계에서는 경영권이 외국기업으로 넘어간 곳은 없지만 야마노우치제약, 다케다약품, 다이이치제약 등 대형제약사 6개의 외국인 지분이 25%를 넘었다. 특히 미국 화이자, 영국 글락소웰컴과 노바티스 등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들은 일본 제약업체들의 독자적인 기술을 넘보면서 지분을 서서히 높이고 있다. 제약업종의 외국인 평균지분은 94년 11.1%에서 현재 23.3%로 껑충 뛰었다.

일본의 간판 제조업종인 전자전기와 전자부품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 최대전자업체인 소니는 전체 지분의 절반 가량(45.6%)을 외국인이 갖고 있고 히타치 후지쓰 NEC 등 굵직한 업체들의 외국인지분도 20%를 웃돌고 있다.

전자부품업계도 외국인 주주 지분이 평균 28.1%에 이른다. 교세라, 로무, 무라다 등 4개업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절대 지분을 탐내며 집중 매입하고 있다.

금융규제의 완화에 따라 경쟁이 치열한 손해보험업계도 미쓰이해상화재, 스미토모해상화재 등 4개업체가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손보업계의 외국인 지분도 종전의 평균 13.7%에서 23.6%로 급증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