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싱가포르등 亞부국된 비결은 국제비즈니스센터化"

  • 입력 2000년 5월 17일 19시 34분


인구 300만의 작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부국이 된 비결은?

싱가포르 시내를 걷다보면 금새 해답이 보인다. 필립스 등 거리에 빽빽이 들어선 다국적 기업의 비즈니스 센터들이 그것이다. 아시아에서는 그 어느나라보다 기업하기 좋은 ‘열린 나라’라는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국내총생산(GDP) 보다 6배나 되는 교역 규모를 자랑한다.

싱가포르를 비롯해 산업자원부가 17일 ‘신통상국가’의 모델로 제시한 아일랜드 네덜란드 벨기에 등 4개국은 독특한 통상 및 국가발전전략으로 ‘작지만 강한 나라’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6일 21세기 국가전략으로 선언한 ‘개방형 신통상국가’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이들 나라의 성공비결은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대목.

▽약점을 강점으로〓4개국은 모두 인구 300만∼1500만의 소국에다 강대국 틈에 끼여 있는 나라들. 그러나 이렇게 불리한 지경(地經)학적 여건을 오히려 강점으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안’에 머물러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일찌감치 눈을 ‘밖’으로 돌렸다. 다른 어느나라보다 세계 곳곳을 발로 뛰며 기업들을 자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대사관과는 별도로 세계 각국에 무역발전국을, 아일랜드는 산업개발청을 설치해두고 있다. 특히 이들 나라는 상무관을 자국 공무원이 아닌 현지인을 채용해 현지와 밀접히 연계된 전략을 구사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벨기에는 게르만계인 북부의 플란더스와 라틴계인 남부의 왈룬지방으로 나뉘어 있는 다언어 국가라는 문화적 약점을 오히려 ‘다양성’으로 승화시켜 독일계와 이태리계 기업 유치에 활용하고 있다.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민을 투자 네트워크로 활용하는 것도 주목할 점. 싱가포르는 적은 국내시장 및 취약한 제조업 기반을 동남아 화교와의 네트워크 구축으로 해결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전세계에 퍼져 있는 7000만명의 아일랜드계인들을 커넥션으로 묶어 ‘원군’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교역량이 연간 수천억달러에 달하면서도 다국적기업 유치전략을 편 덕분에 우리처럼 별다른 통상마찰도 겪지 않고 있다.

▽한국이 취할 점〓한국은 전통적으로 제조업에 기반을 둔 상품 생산 및 수출 전략을 펴왔다. 그러나 “가공무역형 공업국은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단순한 재화 위주 수출이 아니라 자본 기술 인력 등 생산요소가 이동하는 중심축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4개국을 돌아보고 온 산업자원부 김상렬(金相烈)무역정책심의관은 “이들 나라처럼 우리도 단지 가공무역단지가 아닌 국제적인 비즈니스센터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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