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컨설팅사 'CIO 경영수업' 特需

  • 입력 2000년 4월 2일 21시 07분


미국이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신경제로 진입하면서 기업에서는 최고정보책임자(Chief Information Officer·CIO)라는 직함이 잇따라 신설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회사 내 지원인력 쯤으로 여기던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정보기술 전문가들 가운데 나온다.

사장을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CEO)라고 부르는 것에 비춰보면 CIO의 위상을 짐작할 만하다. CIO는 최고 의결기관인 이사회에도 참석하고 기업의 정보화를 진두지휘하는 경영진의 한사람이다.

CIO는 정보기술에는 전문가이지만 경영에는 문외한이다. 이렇듯 ‘준비안된 경영자’인 CIO나 정보 담당 임원을 상대로 경영을 가르치는 신종 컨설팅회사가 인기라고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대표적인 예가 ‘KRW 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다. 흥미롭게도 이 컨설팅 회사의 프레드 키일 사장은 경영학 아닌 임상 심리학 박사. CIO의 경영수업에 알콜중독자 치료 요법과 비슷한 방법을 동원하는 것도 이채롭다. 알콜중독자에게 친구나 친지가 느끼는 문제점을 끊임없이 알려줘 ‘술을 끊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듯 CIO의 동료나 부하직원 가족들을 인터뷰해 이들의 의견을 CIO에게 알려준다. 그들은 분석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런 의견을 토대로 스스로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게 된다.

역시 임상심리학자인 이 회사 존 픽켄 박사는 “정보기술 고위직들은 사람을 기계 대하듯 하는 경향이 있고 동기부여 없이도 잘 작동하는 컴퓨터에 익숙해 ‘일할 의욕을 부추겨야 한다’는 당연한 문제를 등한시할 수도 있어 이런 점을 훈련시킨다”고 설명했다.

CIO 한명의 교육비는 장기자문계약을 맺을 경우 무려 20만 달러(약2억2000만원). 이 컨설팅회사는 “좋은 경영간부 한 사람 채용에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현실에서 교육비가 그리 비싼 게 아니다”고 주장한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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