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러, IMF 제자리 찾기 나섰나…개도국 지원 등 밝혀

  • 입력 2000년 3월 30일 19시 44분


국제통화기금(IMF) 차기 총재로 선출된 호르스트 쾰러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사진)가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해 향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29일 미국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등 서방 주요 언론과의 잇따른 회견에서 “IMF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대주주인 서방 선진국들의 입김에서 좀 더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MF가 자기 나라의 이익을 추구하는 강한 주주 국가들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 회원국들의 국내 정치에 좌우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발언 요지.

그는 특히 미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지구촌 경제 시대를 맞아 IMF는 세계 경제의 성장과 안정에 핵심역할을 하기 위해 기능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MF와 세계은행(IBRD) 등의 기능과 기구 축소를 주장해 온 미 의회 등과 뚜렷한 의견차를 보인 것이다.

그는 또 IMF의 기능을 강화하려면 선진국 못지않게 개도국 등 신흥 시장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쾰러 총재는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 등이 IMF를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의식한 듯 “개혁할 필요는 있지만 완전히 뒤집을 것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대한 IMF의 자금 지원을 둘러싼 비판이 적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그는 자기 목소리를 냈다. 러시아가 공산주의 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것 같은 일대 사건을 겪으면서 부분적인 시행착오는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것. 그는 “될수록 빨리 실수를 알아차리고 옳은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쾰러총재는 특정 국가의 경제불안을 일으킬 수 있는 국제자본이동 규제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해 핫머니 등 투기성 자본을 규제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는 “아시아 금융위기 등을 거울삼아 IMF는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의 어떤 표준을 정립해야하며 건전한 금융시스템과 영업관행 등의 기준 마련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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