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씨-기든스교수 대담]"작지만 효율적인 정부 强國"

  • 입력 2000년 2월 16일 20시 03분


“앤서니 기든스 교수는 ‘제3의 길’이 복지국가의 만성 재정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80년대에 등장한 영국의 대처리즘과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고 하더군요. 신자유주의의 시장만능주의는 영국과 미국의 경제위기 탈출에 커다란 기여를 했으나 소외계층을 확대하고 인간을 황폐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한국은 영국과 달리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시장도 완성되지 않았고 사회안전망으로서의 복지 개념이 도입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제3의 길’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손학규(孫鶴圭)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자신의 저서 ‘진보적 자유주의의 길’ 출간을 계기로 영국 런던을 방문, ‘제3의 길’의 저자인 기든스 런던정경대(LSE) 학장을 만났다. 그는 15일 프랑스 파리에 들러 기든스와 ‘제3의 길’의 한국적 대안으로서 자신이 제창한 ‘진보적 자유주의’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기든스교수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선 참여적 민주주의, 이를테면 가족이란 단위 속에서의 감성적 민주주의 발전 문제를 제기했어요. 그러나 절차적 민주주의도 정착시키지 못한 한국과 같은 후발 민주주의 국가에서 참여 민주주의의 지나친 강조는 오히려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손전장관은 “기든스 교수는 일할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근로환경과 여건을 만들어 주는 생산적 복지, 일하는 복지를 강조하면서 영국 노동당정부가 자신의 이론을 정책 기조로 삼고 있지만 정작 시행하고 있는 복지정책은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라는 관점에 토대를 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손전장관은 “국가 시장 시민사회의 균형적 발전을 강조한 기든스 교수에게 한국처럼 개발독재의 경험을 통해 국가부문이 과도하게 발전한 나라에서는 시장과 시민사회의 발전에 힘을 실어주고 국가의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기든스 교수는 권위주의적 국가가 반드시 강한 국가는 아니며 강한 국가는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가진 국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파리〓김세원특파원> 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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