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 오잘란 사형집행 유보…"EU 가입이 우선"

  • 입력 2000년 1월 13일 20시 12분


터키 정부는 12일 반역 살인 등의 혐의로 사형이 확정된 쿠르드 반군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51)에 대한 사형집행을 당분간 유보키로 했다고 뷜렌트 에제비트 총리가 밝혔다.

에제비트 총리는 유럽인권재판소가 오잘란의 사형이 정당한지에 대한 검토를 마칠 때까지 집행을 유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13일 전했다.

터키 정부가 사형집행을 유보키로 한 것은 터키의 숙원인 유럽연합(EU) 가입을 성사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지난해 11월 터키에서 실시된 재판의 공정성 여부를 가려달라는 오잘란의 청원에 대한 판결이 나올 때까지 사형집행을 유보해 줄 것을 터키정부에 요청했다.

터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지난해 12월 EU 정상회담에서 이미 예견됐다. 당시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참석한 에제비트 총리는 “사형제 폐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오잘란에 대한 사형 결정을 취소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U는 대신 터키에 EU 가입후보국이라는 선물을 줬다.

오잘란을 처형하기 위해서는 의회와 술레이만 데미렐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다수의 의원들은 오잘란의 사형집행에 찬성하고 있다.

터키가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이 나온 후에 오잘란의 사형을 집행하는데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터키가 EU 가입을 국가적 숙원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잘란 사형집행으로 EU 가입을 포기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제비트 총리는 오잘란 사형문제가 의회에 상정되지 않도록 유도하는 방법으로 시간을 벌며 해결책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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