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실업률]美 노동자는 웃고, 日 노동자는 울상?

  • 입력 1999년 11월 24일 18시 37분


《미국 노동자는 웃고 일본 노동자는 울상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4.1%, 일본은 4.6%인데도 그렇다. 사회보장 노동시장 경제구조의 차이 때문이다. 미국의 고용사정은 계속 좋아지고 있지만 일본은 좋았다가 나빠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양국의 명암을 짚어본다.》

▼ 美 구인난 "일할 사람 없나요" ▼

미국 버지니아주 제니 브라운(37)은 최근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해 monster.com이라는 웹사이트에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요구사항을 띄웠다. “유관분야 경력 10년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최소연봉 5만달러, 의료보험료 회사 부담….”

그러자 정보통신회사는 물론 일반회사의 인력스카우트들이 달려들어 경매가 시작됐다. 연봉 5만5000달러에 의료보험료와 회사내 주차를 보장하고 헬스클럽 회원권을 주겠다는 회사도 있었다. 당장 계약에 서명하는 대가로 보너스 4만달러를 주겠다는 제안도 왔다. 브라운은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회사에 원서를 내고 인터뷰에 응했다.

10월말 현재 실업률 4.1%로 70년 이래 가장 낮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의 새로운 풍속도다. 구직자들이 마치 프로운동선수처럼 높은 값을 부르는 회사를 골라간다. 택배회사 UPS의 인력담당관 릭 보헬러는 23일 일간지 유에스에이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구직자들이 우리를 면접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구인난이 극심한 미국에서 구직자들의 몸값을 높이는데 톡톡히 기여하는 것은 인력스카우트와 구직자를 연결해주는 인터넷. monster.com에서는 현재 2만9194건의 인력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24만9458건의 새로운 일자리도 소개돼 있다. bid4Geeks.com도 비슷한 웹사이트.

컴퓨터 관련업종뿐만이 아니다. 단일업종으로는 최다인원(10월 현재 1020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식당업계도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소득수준 향상으로 외식하는 사람은 늘고 종업원은 줄어 향후 10년 안에 200만명의 일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면접을 보러온 구직자들에게 채용여부와 관계없이 면접에 응해주어 고맙다는 편지를 보내는 회사도 많다. 인력채용회사 어카운템스가 설문조사한 결과 그런 감사편지(Thank―you Note) 발송을 검토하고 있다는 회사가조사대상의76%나됐다.

취업기회가 늘어나자 직장인들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가 없는지를 늘 살핀다. monster.com의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직한지 6개월 이내에 더 좋은 제의가 오면 직장을 옮기겠느냐”는 질문에 53%(3만9681명)가 “고려해보겠다”, 35%(2만6928명)는 “당연히 그만둔다”고 응답했다. “6개월은 직장을 옮기기에 너무 짧은 기간”이라는 응답자는 10%(8494명)밖에 안됐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 日 구직난 "일할 회사 없나요" ▼

일본은 전후(戰後)최악의 고용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경쟁적인 ‘몸집 줄이기’로 취업전쟁과 해고공포가 심각하다. 실물경기와 증시의 회복조짐도 고용안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일본 산업노동종합연구소가 24일 내놓은 ‘일본기업과 외자기업의 인사제도 비교조사’에 따르면 일본기업중 50%에서 최근 2년간 총인건비가 줄었다. 총인건비가 늘어난 기업은 38.5%에 그쳤다. 1인당 인건비 감소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직원수를 줄였다는 뜻이다.

실업률은 6,7월에 전후 최악인 4.9%까지 치솟았다. 그후 좀 나아졌지만 9월말 현재도 4.6%. 실업자는 300만명을 넘는다.

특히 젊은이의 구직난이 극심해 ‘초초(超超)빙하기’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내년3월 졸업예정인 대학생 및 고교생 취업희망자중 취직내정자는 대졸이 63.6%, 고졸이 41.2%로 모두 전후 최악. 일자리를 못찾은 대졸 및 고졸예정자만 28만명이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으려고 필사적이다. 면접에서 호감을 사기 위해 기업별로 선호하는 직원상을 알아내 양복을 몇벌씩 마련하고 인터넷에 자기소개 홈페이지를 개설하기도 한다. 자신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자격증을 따려는 젊은이들로 관련학원들은 문전성시다.

일본정부는 여러차례 고용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실업증가가 단순히 불황 때문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경기가 호전돼도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했던 산업화시대의 대규모 고용은 기대하기 어렵다. 고용의 새로운 활로인 정보화산업은 일본에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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