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시장 세계속으로]美 日 유럽 '황금시장' 쟁탈전

  • 입력 1999년 11월 16일 19시 14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곧 가입한다. 12억 인구의 거대시장 중국이 세계의 시장경제질서에 정식으로 편입되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경제와 중국 내부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올 것이 분명하다. 예상되는 변화와 벌써 가시화된 여러 움직임을 5회 시리즈로 점검한다.】

‘마지막 기회의 땅, 12억 중국 시장을 잡아라.’

중국의 WTO가입이 사실상 확정되자 다국적 기업들의 중국시장 공략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이 통신 금융 등 각 부문에 대한 투자를 개방하기로 한데 따라 ‘세계 최대의 황금시장 잡기’에 나서고 있는 것.

미국 기업들은 로비단체를 민들어 미의회나 통상대표부를 통해 중국이 개방약속을 지키도록 압력을 가하면서 중국내 신규사업을 적극 검토중이다. 유럽과 일본기업은 미국기업을 견제하면서 중국 시장을 선점하려 애쓰고 있다.

▽통신 인터넷 금융부문〓중국은 이 분야의 대외개방을 가장 꺼려왔으나 미국과 협상에서 외국인 투자한도를 △통신서비스업 49%(2년후 50%) △인터넷사업 100% △보험 33%로 확대했다. 외국계은행의 금융업무도 단계적으로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통신분야에서는 이미 미국의 AT&T, 유럽계의 알카텔이 90년대 초부터 진출을 시도하며 중국 정부를 압박해왔다. 통신서비스시장의 95%를 점유해온 중국 국영 차이나텔레콤은 이들 기업의 강력한 도전을 받게 됐다.

인터넷분야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AOL 등이 최근 중국어 사이트를 개설하고 전자상거래 사업을 준비중이다. 인텔도 상하이(上海)연구센터를 통해 중국어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며 중국시장을 노리고 있다.

금융시장도 씨티그룹 등 외국 금융기관이 오랫동안 공들인 부문. 지금까지 20여개의 외국계 은행은 상하이와 광둥(廣東)성지역에서 영업하며 금융시장 개방을 기다려 왔다. 중국에서 보험상품 판매로 연간 2억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미국 AIG는 보험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지사숫자를 대폭 늘릴 계획.

또 70여개 외국 보험사가 보험업 진출자격을 얻기 위해 중국내 사무소를 개설해놓은 상태다.

▽제조업 점유율 확대〓관세가 대폭 내리는 자동차 등 제조업계 역시 중국 특수 희망에 부풀어 있다.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했으나 판매부진으로 고전해온 미국 포드와 GM, 독일의 폴크스바겐, 프랑스 시트로앵 등 자동차업체들은 관세인하와 함께 자동차 할부판매가 허용되자 중국내 판매증대를 기대하며 마케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전기전자 및 통신기기부문도 미국과 일본, 유럽업체간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 현재 중국 이동통신시장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모토로라는 이번 투자개방을 계기로 새로운 무선통신사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노르웨이 노키아와 일부 일본업체도 반격을 준비중이다.

▽관건은 중국 정부의 실행〓세계기업들의 이같은 중국시장공략 계획은 중국 정부가 이번에 합의한 사항을 얼마나 지키느냐에 달려있다.

특히 통신 금융서비스부문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최대한 개방일정을 늦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중국 국영기업의 저항이 크고 실소유주인 중국 정부가 외국인투자 허가권을 쥐고 있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 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투자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개방을 위한 인프라를 갖추는 데는 최소한 5년이상 필요하다고 경제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유진석(劉晋碩)수석연구원은 “중국은 현재 투자관련 법규가 미비한데다 중국인의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태여서 개방의 효과가 생각만큼 빨리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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