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일본은 몰락? 부활? 석학들의 뜨거운 논쟁

  • 입력 1999년 11월 15일 18시 31분


21세기에 일본은 몰락할 것인가, 부활할 것인가. 일본에서 이를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논쟁은 일본 오사카(大阪)대 명예교수 모리시마 미치오(森嶋通夫)가 저서 ‘왜 일본은 몰락하는가’로 불을 지폈다. 모리시마는 일본이 ‘총체적 황폐’에 빠져 21세기 중반에 몰락할 것이라며 이를 막으려면 ‘동아시아 공동체’를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아오야마(靑山)대 고미야 류타로(小宮隆太郎)교수가 격월간지 ‘논쟁―동양경제’ 11월호에서 모리시마의 주장을 비판하고 ‘일본의 부활’을 강조했다.두 경제학자에 이어 역사학자인 교토(京都)대 나카니시 데루마사(中西輝政)교수와 경제평론가 하세가와 게이타로(長谷川慶太郎)도 논쟁에 가세했다.

▼모리시마▼

일본은 △인구감소와 질적 저하 △전후(戰後)교육에 의한 유교적 영향의 쇠퇴와 교육의 황폐 △사명감 있는 엘리트층의 부재 △무종교와 이데올로기 결여 △세대간의 사상적 분열 △직업윤리의 황폐 등 총체적 몰락요인을 안고 있다.

일본정치는 세습제로 국민으로부터 유리돼 정체(停滯)가 불가피하다. 정계 재계 관계의 직업윤리가 낮아졌고 혁신의욕도 없다. 젊은이는 민족과 국가에 대한 배려가 약하고 성도덕도 붕괴됐다. 건전한 노동윤리가 없고 무기력하다. 젊은이의 현재 모습으로는 미래가 어둡다.

중국 한반도 대만과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어 혁신과 고용창출을 도모하는 길만이 몰락을 막을 수 있다.

▼고미야▼

인구감소는 선진국 공통의 고민이다. 출생률저하가 몰락이유라면 유럽전체도 몰락할 것이다. 인구의 질도 나빠지지 않았다. 전전(戰前)세대의 성과는 전후세대보다 모든 분야에서 낮았다. 전전파는 국가를 사실상 멸망시켰다. 젊은이의 학력수준은 수학이나 경제이론 실력은 낮아졌지만 외국어와 컴퓨터실력은 높아졌다. 과학 및 공학 논문 발표건수는 미국에 이어 2위며 인용되는 논문 수도 4위다.

일본에서 유교적 전통은 지금도 내려온다. 전후 일본의 대립축은 세대간이 아니라 같은 세대의 좌우파간이었다. 한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엘리트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착각이다. 북유럽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은 엘리트주의가 없이도 번영한다. 동아시아 공동체 주장은 비현실적이다.

▼나카니시▼

일본은 국가적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최근의 경기회복조짐은 본격적인 겨울을 앞두고 사람을 속이는 순간의 태양인 ‘인디언 여름’일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80년대에 “서구에서는 더 배울 게 없다”고 뽐냈다. 그러나 결정적인 교훈, 즉 “상승에는 언젠가 쇠퇴가 온다’는 사실과 재생의 노하우를 배우지 못했다. 어린이 감소와 실업률 상승, 재정파탄과 안보환경 악화, 교육황폐와 사회윤리붕괴가 뚜렷해졌다.

그런데도 지도자나 국민은 위기감이 없다. 20세기초 영국의 쇠퇴처럼 다른 선진국에서 일어난 일이 일본에서 일어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시대가 요구하는 대개혁을 못하면 일본도 쇠퇴한다.

▼하세가와▼

위기에 처할수록 강해지는 일본기업, 제조업의 품질 신뢰성과 납기(納期)이행 등 ‘비가격 경쟁력’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금융업 등 비제조업을 망친 보호정책이 철폐되고 정치개혁이 달성되면 일본은 다시 살아난다. 일본기업의 경영관리방식은 가장 선진적이다. 일본의 연구개발비는 국방비를 제외하면 미국과 같다. 특허수입이 특허지출보다 압도적으로 많으며 무역흑자도 방대하다.관료주도를 끝내는 일련의 개혁이 시작됐다. 일본국민은 철저한 자기개혁의 능력이 있다. 21세기는 일본의 세기다.

▼국가경쟁력 10년만에 1위서 16위로 "뚝"▼

스위스에 본부를 둔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올해 일본의 국가경쟁력을 16위로 매겼다. 88, 89년에는 1위였으나 90년대 들어 떨어졌다.

일본 사회경제생산성본부는 올해 일본의 노동생산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17위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자산규모로 세계 상위 10개 은행 중 일본의 은행은 5위 도쿄 미쓰비시(東京三菱)은행뿐이었다. 5년전에는 상위 9개를 일본이 독점했다.

‘21세기 주역산업’인 소프트웨어산업도 약하다. 97년 컴퓨터 소프트웨어 수출액은 28억엔, 수입액은 4749억엔이었다. 생명공학 금융공학 등도 취약하다.

그러나 제조업경쟁력은 여전히 세계최고수준이다. 업종별 무역총액에서 차지하는 순수출의 비율인 ‘국제경쟁력지수’에서 98년 일본은 △자동차 82.5 △전기 55.1 △철강 64.6 △화학 13.2였다. 미국은 자동차 전기 철강이 모두 마이너스였다.

제조업을 떠받치는 공작기계 및 부품산업은 82년 이후 세계1위의 생산액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용 강판의 불량품비율은 0.5%이하였다. 주요 경쟁국의 불량품비율은 모두 1%를 넘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