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선거전 전자민주주 확산]美언론의 두가지 시각

  • 입력 1999년 10월 19일 20시 09분


“미국 대통령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 사무실은 더 이상 건물에 있지 않다. 주소가 www로 시작되는 가상공간에 있다.”

19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4년전 750만명에 불과했던 미국내 인터넷 가입자가 6700만명으로 늘어난 이번 선거에서 인터넷이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는 사실을 그렇게 비유했다.

민주당에서 앨 고어 부통령을 맹추격하는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이 대표적 사례. 그는 인터넷으로 77만달러(약 9억2400만원)를 모금했다. 인터넷 모금액으로는 민주 공화 양당 예비후보 가운데 가장 많다. 하루에 7000달러씩이 인터넷을 통해 들어온다. 그의 웹사이트에는 하루 5000명이 방문해 후보가 하루에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를 웃돈다. 뉴 햄프셔주 선거유세 때는 유세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5000명에게 E메일을 보냈다.

여러 방법으로 5000만달러 이상의 정치자금을 모은 공화당의 선두주자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는 기부자 명단을 인터넷으로 공개했다. 인터넷 때문에 정치가 좀더 투명해진 것이다.

TV광고나 전화를 통한 선거운동과 달리 인터넷은 유권자가 일부러 접속하지 않으면 정보를 전달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TV광고는 불과 30초, 전화는 45초밖에 유권자들의 주의를 끌 수 없다. 이에 비해 인터넷은 일단 접속만 되면 평균 8분이상 유권자들의 주의를 끌 수 있어 정보 전달력의 한계가 보완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더구나 인터넷 가입자는 계속 늘어나게 돼있다. 따라서 정보전달력의 한계가 극복되고 전자민주주의(E―Democracy)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망했다.

그러나 전자민주주의가 반드시 직접민주주의의 이상을 구현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간지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인터넷을 통해 정치인과 유권자가 직접 접촉함에 따라 정치토론의 문화가 사라질 우려가 있다고 18일 지적했다.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정보를 걸러주는 중간매체가 없어지는데 따른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부작용은 △인터넷을 통한 국민의 반응이 이성보다 감정에 흐를 수 있고 △‘예’ ‘아니오’의 단순반응이 집계돼 소수의 권익이 무시되고 다수가 횡포를 부릴 소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만 제공해 국민의 판단을 흐릴 우려도 있다. 기술발전으로 민주주의가 자연스럽게 진보하리라는 믿음은 지나친 낙관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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