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우파지식인들, 獨패권 부활론 제기

  • 입력 1999년 10월 7일 23시 31분


프랑스 우파 지식인들 사이에서 베를린 천도(9월1일)를 계기로 독일의 패권주의가 21세기에 부활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프랑스 한림원 모리스 드뤼옹 명예원장은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패권을 향한 독일의 오래되고 본능적인 집념 때문에 독일은 10년내에 프랑스와 비군사적 갈등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피에르 마리옹 전 대외정보국장의 ‘음지에서의 비망록’, 롤랑 뒤마 전 외무장관의 보좌관 필립 델마스의 ‘대독(對獨) 차기전쟁’, 알렝 그리오테레 전 하원의원의 ‘독일 심층부로의 여행―독일은 근심한다’ 등 독일의 점증하는 영향력을 우려하는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특히 81∼82년 프랑수아 미테랑대통령 밑에서 대외정보국장을 지낸 마리옹의 책은 출간 일주일만인 1일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해 프랑스 지식인 사회를 들끓게 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마리옹은 독일이 통일 이후 헤게모니(패권)를 추구함에 따라 프랑스가 더 이상 유럽의 정치적 리더십을 독일과 공유하기 어렵다고 지적,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해온 독일과의 특별한 관계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리옹은유럽통합이독일의유럽지배를 가속화한다고 주장하고 “미테랑이 통일독일은 통합유럽 건설에 도움이 된다는 헬무트 콜 전 독일총리의 주장에 넘어가 독일통일을 지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심지어 프랑스가 독일이 지배하는 유럽과 미국이 지배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미국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쪽을 선택하라고 권고했다.

델마스는 “독일통일은 동서독인들 사이의 정체성 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며 “동서독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라도 독일은 국외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에 독일 정계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총리의 프랑스 담당 특보 브리지트 서제(프랑스 국적)는 프랑스 지식인들의 그런 시각은 극소수 부르주아의 견해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독일이 그런 주장에 상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하원의 프라이트베르트 플뢰거 외교안보위원장은 “지난 세월 동안 최선을 다했는데도 독일을 문제아 취급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반박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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