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統外委 東티모르 파병 공방]

  • 입력 1999년 9월 28일 00시 49분


최근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동티모르 파병 논란은 현 정부의 외교정책, 대(對)국회관, 국정 스타일 등 여러가지 문제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가 제출한 동티모르 파병안을 심의하기 위해 27일 소집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가 여야간 공방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토론과정은 보기 드물게 치열하고 진지했다.

먼저 외교정책 우선순위 문제.

여당의원들은 지역평화에 기여하고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인권외교’를 강조했다.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는 “파병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전쟁터에 보내는 게 아니라 동티모르의 독립을 반대하는 민병대의 양민학살과 부녀자 성폭행 등 반인륜적 범죄를 막기 위한 것이다”라고 파병옹호론을 폈다.

★논전 치열…결론 못내려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익과 국민생명을 우선가치로 내세웠다. 김덕룡(金德龍)의원은 “외교의 궁극적 목표가 뭐냐. 국익과 국민의 생명보호가 아니냐”면서 “정부는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문제는 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도네시아에는 2만여명의 교민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으로서는 세번째의 투자대상국인데 전투병력을 파견해 인도네시아인들의 ‘민족감정’을 자극하면 앞으로 교민안전과 국익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이냐는 주장이었다.

한나라당은 이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보병부대 대신 의료 통신지원 부대를 보내자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장관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한시가 급한데 시기적으로 늦었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또 다른 논란의 핵심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회관과 국정운영 스타일.

박관용(朴寬用) 김덕룡 이신범(李信範)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제히 국회동의는 물론 국민의 생명과 국익이 걸려 있는 문제를 대통령의 한마디로 결정할 수 있느냐며 목청을 돋웠다.

★洪외교 野수정안 반대

박의원은 “파병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유엔의 평화유지에 참여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국민적 공감대 형성은커녕 유엔의 파병요청이 있기도 전에 대통령이 서둘러 일방적 지시를 내린 이유가 뭐냐”고 추궁했다. 그는 이어 “일부에서는 김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욕심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주장했다.

★野 "서두른 이유뭐냐" 추궁

이신범의원은 “이는 한마디로 대통령이 ‘제왕적(帝王的) 사고’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가세했다.

논란을 지켜보고 있던 외교통상부 간부들 사이에서도 “대통령이 사전에 야당총재의 이해를 구했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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