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계 種子시장 장악 임박…개도국시장 석권

  • 입력 1999년 9월 26일 18시 58분


21세기 세계의 농민은 어쩌면 미국의 생명공학회사와 종자업체가 정하는 종자 값에 일희일비할 지 모른다. 이때쯤이면 미국의 거대 종자업체가 세계 종자시장을 사실상 완전히 장악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

이같은 전망은 근거없는 가상 시나리오가 결코 아니다.

미국의 시민단체와 유럽 중남미 아시아 지역 농민단체는 이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 세계 종자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듀폰 몬산토 등 생명공학회사와 종자회사를 상대로 올해말 수십억달러의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소송의 요지는 이렇다.

우월한 기술과 마케팅 실력을 갖춘 미국의 대형 생명공학회사와 종자업체들이 세계 종자시장을 장악함으로써 시장내에서 공정한 경쟁이 일어나는 것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지가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업체들은 한국 브라질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종자회사를 잇따라 인수하고 있다. 한국의 흥농종묘 중앙종묘 서울종묘 등 주요 종자업체의 경영권이 작년 미국계와 유럽계에 넘어갔다. 한국 종자시장의 60% 가량이 이들의 손에 장악된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21세기 초반 몇몇 거대업체가 세계 종자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세계 10대 종자업체(대부분 미국계)는 연간 230억달러(27조6000억원)에 이르는 세계 종자시장의 30%를 장악하고 있다. 이중 몬산토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아벤티스 듀폰 등 5대 업체는 유전자변형(GM)작물의 종자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유전자변형작물 종자는 21세기에 이르면 기존의 종자를 몰아낼 것으로 예상돼 5대 종자업체의 카르텔이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유전자변형 종자에 ‘터미네이터’란 유전자를 넣어 종자를 한번밖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작했다. 이렇게 해놓은 감자종자는 수확한 뒤 씨감자로 사용할 수 없다. 결국 파종기 때마다 종자를 다시 구입해야 하는 셈.

게다가 이들 5대 업체는 노하우를 철저하게 특허로 등록해 놓고 있어 신규 업체의 시장진입을 사실상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

파이낸셜 타임스는 “종자를 생명처럼 소중히 보관하는 개도국의 가난한 농민들은 비싼 종자값 때문에 더 궁핍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GM 지지자들은 “유전자변형 종자는 기아상태에 있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부 국가의 만성적인 식량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것”이라고 반박한다. 또 거대한 자본을 비축하고 있는 몇몇 대형업체만이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GM시장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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