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스캔들 '클린턴式 방어'…혼외정사 대처방식 비슷

  • 입력 1999년 8월 23일 23시 19분


미국공화당 대통령후보 경합자 중 선두주자인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의 마약복용설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부시는 그 예봉을 피하기 위해 기묘한 답변을 동원했다.

부시는 마약복용 여부에 대해 침묵하다가 얼마 전 지방신문 인터뷰에서 짤막하게 말했다. “최근 25년간 마약을 복용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25년 전인 28세까지는 마약을 복용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남겼다.

그런데도 부시가 그렇게 말한 데는 까닭이 있다. 백악관 직원에 대한 신원조회 항목에는 “최근 15년간 마약을 복용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있다. 부시는 아버지 조지 부시가 대통령에 취임한 89년에 그런 질문을 받았더라도 “그런 적 없다”고 대답할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

부시의 대답은 이처럼 나름대로 치밀한 것이지만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마약복용 여부 자체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22일 ABC NBC CBS CNN 미국 주요 방송은 부시의 마약복용 의혹과 정치적 파장을 일제히 다뤘다.

워싱턴포스트지도 22일 사설을 통해 “부시가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답변을 거부하지만 미국민은 후보의 자질을 판단하기 위해 정확한 실상을 알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부시는 언론의 빗발치는 의문제기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대응을 않고 있다.

미국 언론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92년 선거 당시 채택한 전략을 부시가 배운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당시 클린턴은 카바레 가수 제니퍼 플라워스와 혼외정사를 가졌는지 여부에 대해 “나는 가정생활에 고통을 끼쳤다”는 모호한 말로 화살을 피했다. 클린턴은 88년 민주당 대통령 예비후보로 선두를 달리던 게리 하트가 도중하차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시인도 부정도 않는 방법을 썼다. 하트는 혼외정사 여부에 대해 “그런 일 없다”고 전면부인하다가 나중에 들통나는 바람에 중도탈락했다.

부시는 음주벽이나 문란했던 젊은 시절에 대해서는 기꺼이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마약복용 여부에 대해서는 극도로 답변을 자제한다. 마약복용은 불법이어서 복용사실이 드러나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부시 진영은 이런 ‘마이동풍(馬耳東風)작전’이 불리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부시의 지지율이 다른 경합자보다 월등히 높은 데다 충분한 정치자금까지 모았기 때문이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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