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평양 생방송]“北, 美 최종협상안 기다려”

  • 입력 1999년 8월 17일 01시 11분


미국 CNN 방송이 16일 평양에서 생방송을 통해 북한에 대한 세계 시청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북한을 방문중인 마이크 치노이 CNN 홍콩지국장은 이날밤 이 방송의 ‘Q&A(질문 답변) 아시아’ 프로그램에 30분간 출연해 시청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CNN이 평양에서 이런 방식의 생방송을 한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CNN은 전화와 E메일을 통해 시청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7일간의 일정으로 10일 북한을 방문한 치노이지국장은 그동안 평양과 판문점을 오가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과 식량사정, 남북한 노동자 축구대회와 8·15경축행사 등을 보도했다. 다음은 질문 답변 요지.

―CNN의 이번 생방송 계획에 대한 북한당국의 반응은….

“대단히 협조적이었다. 94년 처음 북한을 방문했을 때 당국자들에게 우리의 의사를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체류기간 내내 4명의 기관원이 밀착 안내를 맡았다.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기도 힘들었고 평양 외곽으로 나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북한 당국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것으로 보는가.

“방송시작 직전에 김용순(金容淳)노동당 비서와 이 문제를 놓고 얘기를 나눴는데 의외의 답변이 나와 놀랐다. 김은 ‘북한의 모든 무기는 방어용이다. 작년에 발사한 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우주개발을 위한 인공위성이었다. 모든 것은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만약 상대방이 빵을 갖고 오면 빵으로 응대하겠다. 그러나 만약에 칼을 들이대면 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한국 미국 일본 3국이 북한에 미사일 발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3국이 각종 유화책을 제시하고 있는데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것으로 보는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지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북한 정부는 미국이 제시할 최종 협상안을 기다리고 있다. 북한의 한 외교관은 북한이 아주 작은 국가이며 외교적으로 고립돼 있기 때문에 국가안보를 위해 미사일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북한 당국의 미사일정책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가.

“북한은 모든 언론이 정부의 통제 아래 있다. 미사일에 대한 언론보도량도 제한돼 있다. 물론 주민들은 정부정책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주민들은 오히려 북한정부가 식량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군사력 강화에만 힘쓰는 정부라는 이미지를 외부 세계가 갖고 있는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북한군이 우대받는 것을 알고 있다. 일반인들의 생활은 어떤가.

“북한에는 도시와 농촌간, 그리고 계층간에 생활수준 차이가 크다. 이번이 11번째 북한방문이지만 대부분 평양에만 머물렀다. 평양은 도시환경이나 생활수준이 높은 편이다.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농촌에서는 식량난을 크게 겪고 있다고 들었다.”

―식량이 일반인에게 잘 분배되고 있는가. 남한에서 식량을 지원한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은 알고 있는가.

“상당량의 식량이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틀림없다. 남한의 식량지원 사실을 대부분은 잘 모른다. 그러나 국제기구 종사자들을 통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전반적인 인상은 어떤가.

“평양에서 목격한 북한의 생활수준이나 식량사정은 최근 5년간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는 느낌이다. 평양내 서방외교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평양 거리에는 차가 많이 늘어났다. 전력도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이것은 전적으로 서방세계의 원조 덕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조만간 개방적이고 개혁적인 경제체제를 갖게 될지는 회의적이다.”

―북한은 일본에 대해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북한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일제 강점에 대한 보상과 사과를 원하고 있다. 북한 관계자들은 이것이 양국간 외교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밝혔다.”

〈김승련·김태윤기자〉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