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도 「유전자 농산물」 논란

  • 입력 1999년 8월 16일 19시 58분


유전자 조작 식품이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미국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유전자를 조작해 생산한 옥수수 콩 면화 등을 코카 콜라와 참치 통조림, 피자 과자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해왔다. 그래도 이같은 식품의 유해성 여부가 사회문제로 제기된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유럽처럼 미국에서도 유전자를 조작해 생산한 원료가 첨가됐는지 여부를 식품 용기에 표시하게 하려는 소비자 운동이 활발히 전개돼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지가 15일 보도했다.

지난해만도 미국의 2개 소비자단체가 유전자 조작 성분 사용 여부의 표시를 의무화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식품의약국(FDA)을 고소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미국 소비자의 90%가 유전자 조작 성분 사용여부 표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미국 식품가공업체와 판매업체들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야채류 생산자 단체(GMA)는 유전자 조작 식품의안전성을 홍보하기 위하여 100만 달러를 들여 캠페인을 펼치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들 생산자 단체는 유전자조작 성분 표시를 의무화하면 유전자 조작 성분이 포함된 식품은 그렇지 않은 식품보다 유해한 것 같은 인식을 심어주어 생산과 판매에 막대한 손실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의 일부 식품업체들은 소비자 단체들의 압력에 굴복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유아용 이유식을 생산하는 거버사(社)가 유전자 조작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거버사는 즉각 유전자조작 원료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의 33%, 콩의 50%, 면화의 50%가 유전자 조작기술을 이용해 재배되고 있다. 이들 농작물은 각종 식품의 원료로 폭넓게 쓰인다. 미국인의 일상생활에서 유전자 조작 식품은 이미 피하기 어렵게 돼 버렸다.

이같은 식품이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FDA마저 이같은 식품의 안전성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큰 잘못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비판했다.

최근 유럽에서는 옥수수 꽃가루의 유전자를 조작해 만든 미국산 살충제가 해충은 물론 나비까지 죽여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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