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차관급회담 일방 연기 속셈과 전망]

  • 입력 1999년 6월 21일 23시 18분


북한이 2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예정이던 차관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함에 따라 회담의 전도(前途)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북한은 일단 회담 연기 이유로 남측이 회담 전에 주기로 한 비료 10만t이 완전히 전달되지 않은 점을 들었다. 하지만 과연 비료가 전달된 뒤 곧바로 회담에 나올 것인지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구나 북한이 이날 남한에 살고있는 북한 귀순자들의 생활에 대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금강산 관광객의 신병을 억류한 채 북한측 출입국관리소에서 조사를 벌이는 ‘사건’까지 발생, 회담의 전도가 더욱 불투명해지는 상황이다.

우리측 대표단은 비료전달이 22일 완료되는 만큼 이날부터라도 회담이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북한이 시간까지 약속했던 회담을 거리낌없이 무산시킨 것에 비춰볼 때 쉽사리 회담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설령 회담에 나온다고 하더라도 남북이 당초 최우선적 의제로 합의했던 이산가족문제에 어느 정도의 성의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21일 회담이 예정됐었던 오후3시에 베이징 주재 대사관을 통해 외신기자들에게 서해교전사태가 남측 도발에 의한 것이었다고 강변했다. 이는 외국인들에게 남북대화가 열리지 않은 것은 남측이 비료제공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서해교전사태도 남측의 책임인양 주장함으로써 한국정부를 곤혹스럽게 하려는 치밀한 작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북한이 회담연기 이유로 서해교전사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비료를 모두 인도받기 위한것일뿐 비료를 전량넘겨받고 회담에 나올 때는 서해교전사태를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우리측을 단계적으로 계속 압박하려 들 것이라는 것.

일부에서는 정부가 성급하게 ‘상호주의’ 원칙을 포기, 북한에 비료 10만t을 주고도 결국 북한의 지능적 플레이에 끌려다니는 것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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