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10돌 中표정]개방물결에 민주화투쟁 기억속으로

  • 입력 1999년 5월 31일 23시 07분


6월4일로 민주화 시위 10주년을 맞는 톈안(天安)문 광장에는 담장이 쳐져 있다. 10월1일 정부수립 50주년 기념식을 위한 보수공사 때문이다.

10년전 이곳에서는 1백만명이 넘는 대학생 청년 시민이 며칠 동안 반정부시위를 벌였다. 당시 중국 정부는 탱크를 동원해 시위를 유혈진압했다. 그 과정에서 2백∼1천명이 생명을 잃었다.

그래서 해마다 이맘때면 이 광장과 베이징(北京)의 대학가 주변은 검문검색이 강화되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래도 매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히 지나갔다.

올해도 사정은 비슷하다. 30일 홍콩에서 톈안문사태 재평가를 요구하는 가두시위가 벌어지고 미국 등지의 반체제 인사들이 중국 정부에 항의서신을 보냈지만 중국에서는 별 움직임이 없다.

10년 동안 중국 정부는 개혁개방에 박차를 가해 왔다. 4월말 현재 중국 각지에는 32만9천6백여개의 외국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이미 중국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중국경제는 세계화의 물결을 탔다. 베이징 등 도시들도 국제도시로 탈바꿈했다. 몇년전만 해도 외국인들을 격리시켜 살게 했으나 지금은 다르다.

이 모든 것들은 장쩌민(江澤民)체제 등장과 함께 이루어졌다. 톈안문사태 직후 총서기로 발탁된 장주석은 중국의 고립화 대신 개혁개방과 법치화, 다원화를 선택했다.

사회주의 체제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자본주의를 중국경제의 주요 요소로 인정했다. 당과 지도부의 방침에 따라 요동치던 각종 정책도 법규정에 따라 이뤄지도록 했다.

민주화도 부분적으로 진전됐다. 촌장은 모두 투표로 뽑고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제도가 향(鄕〓면)장과 진(鎭〓읍)장에까지 도입됐다. 10월부터는 행정재심(再審)법이 시행돼 정부기관의 잘못된 시책에 주민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된다.

더 큰 변화는 학생들의 의식과 생활태도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때는 당원이 되기 위해 정치학습에 몰두했던 학생들이 요즘은 취직 돈벌이 이성교제 등 현실적인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다.

베이징대 칭화(淸華)대 런민(人民)대 등이 밀집한 하이뎬(海淀)구의 전자상가촌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찾는 학생들로 붐빈다.

학생들은 저녁이면 기숙사 휴게실의 TV 앞에서 축구경기 시청에 열광한다.

전자상가촌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10년간 중국은 많이 변했다”며 “톈안문사태같은 일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대의 한 학생은 “돈을 벌어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며 “그래서 지금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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