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계속 하락 1달러 121.99엔…아시아통화 동반하락

  • 입력 1999년 2월 23일 07시 22분


일본 엔화가치는 얼마까지 떨어질까.

12일 일본 콜금리 인하와 함께 시작된 엔화가치 약세는 22일에도 계속돼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는 이날 한때 19일보다 2.50엔이나 급락한 달러당 1백22.55엔까지 밀렸다가 1백21.99엔으로 마감했다. 1백22엔대 진입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엔화가치 하락세는 전날 독일 본에서 끝난 서방선진7개국(G7)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과도한 엔화환율변동이나 두드러진 불균형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엔저를 사실상 용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 특히 하야미 마사루(速水優)일본은행총재는 회의폐막 직후 “엔화가치 하락은 경기를 회복하는데 바람직한 일”이라고까지 말했다.

엔화가치가 줄곧 떨어지자 사카키바라 에이스케(?原英資)대장성재무관은 “G7회의에서 엔화가치 약세 용인문제가 협의되지 않았다”며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 후에도 엔화가치는 또 떨어졌다.

그러나 엔저 행진에 브레이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강력한 제동장치는 중국의 반발. 지난해 6∼8월 엔화환율이 1백40엔을 넘는 초약세를 보이자 가장 거세게 반발한 사람이 중국의 주룽지(朱鎔基)총리였다. 엔화방어와 내수확대를 통해 대외직접투자와 수입을 확대하는 것이야말로 아시아 경제위기에서 일본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중국은 보기 때문이다.

또 한국은행 류원정(柳元楨)도쿄사무소장도 “엔화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미국이 대일무역적자 누적으로 견딜 수 없다”며 환율이 1백30엔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노무라연구소 김광수(金光洙)연구원은 “엔저정책은 인근국가들의 희생 위에서 일본경기를 부추기는 ‘근린궁핍화 정책’이므로 처방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22일 한국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각국 통화 가치가 엔화와 동반하락한 것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여기에다 일본의 실물경기가 올들어 바닥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도 ‘인플레를 불러오는 급격한 엔저’를 사전진화하는 요인이다.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일본경제기획청장관은 19일 “일본정부가 올해 경제를 전망할 때 달러당 1백19엔대를 기준으로 했다”고 말한 바 있다.

〈허승호기자·도쿄〓권순활특파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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