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불운의 「지식청년 세대」…굶주림-실업난-해고시달려

  • 입력 1998년 12월 27일 19시 38분


최근 베이징청년보에 ‘아빠를 찾습니다’라는 한 소녀의 눈물겨운 사연이 머릿기사로 실려 사람들을 울렸다.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 아빠를 찾아 올라온 이 소녀의 아버지는 이른바 ‘지청(知靑·지식청년)세대’의 한사람.

70년대초 베이징(北京)의 고교생이던 소녀의 아버지는 고교졸업후 농촌으로 내려가 농장일을 하다가 현지여성과 결혼해 딸을 낳았다. 그러나 생활고와 향수병에 시달리던 그는 이내 이혼, 베이징으로 떠나왔다.

엄마마저 병으로 세상을 뜨자 고아가 된 소녀가 아빠를 찾아나선 것.

지청세대는 60∼70년대 대거 농촌지역으로 들어가 농사일을 했던 도시의 지식청년들을 말한다.

문화혁명이 한창이던 68년 12월22일 당기관지 인민일보에 “도시의 교육받은 젊은이들은 가난한 농민들로부터 배우라”는 마오쩌둥(毛澤東)의 교시가 발표되면서 이들의 농촌행은 시작됐다.

이상주의에 들떠 앞다퉈 시골로 내려간, 이른바 ‘산간농촌행(上山下鄕)’ 지식청년은 1천7백만명에 이르렀다.

올 12월로 지청세대 30년을 맞으면서 중국에선 이들의 불운한 운명을 되돌아보는 움직임이 조용히 일고 있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굶주림에 시달렸고 학교에 가서는 문혁운동에 휩쓸렸다. 졸업해서는 시골에 내려가 농사일을 해야 했고 도시에 돌아와서는 일자리를 못찾아 고생했다. 가족계획정책 때문에 아이는 하나밖에 낳지 못했으며 이제는 국유기업 개혁으로 샤강(下崗·정리해고)당하는 신세다. 우리는 죄많은 세대인가.”

한 지청세대 출신이 인터넷 대화방에서 토로한 이 말은 이들의 불운을 잘 보여준다.

절반 이상이 여전히 사회의 최하층으로 살고 있는 이들의 불운한 삶은 영화나 소설로도 여러차례 소개돼 ‘지청문학’이라는 말도 생겼다.

지청세대는 한 세대의 불운으로 끝나지 않는다. 공부를 제대로 못한 지청세대의 대학교수층은 실력이 크게 떨어져 학계의 단절을 가져왔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농촌문제를 많이 다루는 저명한 영화감독 장이머우(張藝謀)나 최근 43세로 허난(河南)성 성장에 발탁돼 ‘중국정계의 샛별’로 떠오른 리커창(李克强·43)처럼 성공한 지청세대도 있기는 하지만 드문 편이다.

3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한 사람의 독단과 무분별한 이상주의가 초래한 아픔은 끝나지 않았다.

〈베이징〓황의봉특파원〉heb86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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