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실직家長의 절망」,美WP紙 1면보도後 온정답지

  • 입력 1998년 12월 25일 20시 00분


한달전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에 소개된 한 실직 중년가장의 절망적인 사연이 미국인의 가슴을 울리면서 온정이 답지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의 일본 도쿄(東京)지국장인 케빈 설리번기자는 지난달 22일 이 신문의 1면 머릿기사로 한국의 보험회사의 중견사원으로 일하다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김명윤씨(39)가족의 사연을 소개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이 겪고 있는 고통을 상징적으로 담았다.김씨가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데 실패하고 이전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모자 노점상으로 전락해 가라앉는 목소리를 억지로 끌어 올리며 모자를 파는 광경을 묘사하는 것으로 이 기사는 시작됐다.

“김씨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외쳤다. ‘구경 한번 하세요’라고.”

부인과 함께 은주(12) 은혜(9) 두 딸을 키우며 생활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월급을 받다가 어느날 갑자기 직장을 잃은 김씨. 무슨 일이든 할 각오가 돼 있지만 불행히도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모자 노점상을 하면서 그가 두달동안 번 총수입은 불과 3백달러(약 36만2천원). 바이올린에 재능이 있는 은주의 한달 레슨비 4백60달러(약 55만5천원)에도 모자랐다. 노점상을 그만두고 신문배달원을 하기도 했다.한달여가 지난 25일자 워싱턴 포스트는 김씨를 돕는 외국인의 사연과 김씨의 각오를 1면 머릿기사로 다음과 같이 올렸다.

절망 속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은 김씨 가정은 뜻밖의 손님을 맞이했다. 한달전 자신들을 취재해갔던 설리번기자가 두툼한 봉투를 내놓았다. 지난 한달 동안 워싱턴포스트의 기사를 읽은 외국인이 보내온 성금 4천달러(약 4백82만원)와 격려 편지들이 담겨있었다.

한 미국인 독지가는 은주가 미국에서 바이올린 레슨을 받을 수 있도록 서머스쿨 입학을 주선하고 은주만 좋다면 미국의 음악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장학금도 마련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싱가포르의 은행가인 멜빈 에는 1천달러를 내놓으면서 은주의 교육을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더 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성금을 보내온 사람 중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현대자동차 딜러에서부터 용돈을 아껴서 낸 어린이도 있었다. 버지니아주 로어노크시의 홀린스대 교수인 진 팰론은 “부자는 아니지만 그들처럼 실직의 아픔을 겪어 그것이 얼마나 절망스러운지 잘 알고 있다”면서 성금을 보내왔다.

신디라는 이름의 한 주부는 안타까워 한 나머지 인터넷에 이 사연을 띄워 수백달러를 모금했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유산의 전부인 3백84달러를 낸 사람도 있었다.

이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김씨 가족이, 어린 은주와 은혜가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것.김씨는 “이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데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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