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울고 싶어라』…「러」등 우호국 지지도 잃어

  • 입력 1998년 11월 12일 19시 30분


‘살림은 어려워지는데 친구마저 떨어지고….’

8년여에 걸친 경제제재로 최악의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고 있는 이라크가 미국의 군사공격을 눈앞에 두고 지난날 우호국들의 지지마저 잃으면서 안팎에서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이라크는 올 8월부터 유엔특별위원회(UNSCOM)의 대량살상무기 사찰을 사실상 거부해 왔으며 지난달 31일에는 “사찰과 관련한 모든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이 그동안 이라크에 대한 응징을 망설여온 주요한 이유는 국제사회의 ‘군사개입 반대 여론’ 때문이었다.

중동지역 국가는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중에서도 영국을 뺀 프랑스 중국 러시아는 줄곧 미국의 군사행동을 반대해왔다.

그러나 최근 국제사회의 기류가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이라크의 무기사찰 수용을 촉구하는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라크를 공습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과거 이라크 공격을 가장 강력히 반대해오던 프랑스의 경우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최근 “이라크의 무기사찰 거부는 수용 불가능하다”며 군사적 조치도 선택 가능함을 시사했다.

러시아는 “무력사용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이고르 이바노프 외무장관의 발언을 표면에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미국의 공습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라고 할 수 있는 일부 중동지역 국가들도 미국의 군사조치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지만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공공연하게 나타내고 있다. 일부 주변국들은 “후세인대통령이 그동안 무기사찰을 놓고 미국과 지나치게 줄다리기를 해온데다 이를 국내통치 강화용으로 활용했다”며 “우호국에 대한 설득 등 지지를 모으려는 노력도 등한히 했다”고 비난한다.

한편 90년8월 시작된 유엔의 경제제재조치가 8년여 이어지면서 이라크의 경제난은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다.

가장 큰 고통은 생필품 부족. 식량과 생필품은 배급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94년부터는 배급량을 종전의 절반으로 줄였다. 전력공급 역시 하루 4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물가도 살인적으로 올라 94년에는 24,000%라는 믿기 어려운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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