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내년초 상향조정 시사

  • 입력 1998년 11월 5일 19시 17분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의 톰 번 한국조사단장은 5일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은 기업 구조조정의 성패 여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현재 여러가지 긍정적인 신호를 많이 보여주고 있다”며 “올해말까지 남은 2개월이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여 기업 구조조정의 성과에 따라 내년초에 한국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한국의 신용등급은 무디스의 전체 의견을 반영해 조정될 것”이라며 “그 구체적인 시기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번단장은 이날 사흘간의 방한조사를 마친 뒤 본보와 단독인터뷰를 갖고 “한국은 금융 구조조정에서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며 “기업 구조조정은 금융분야에 비해 너무 뒤져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그는 “한국의 근로자들도 이제 높은 실업률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며 사회적 불안요인이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외환보유고 환율 무역수지 등 올해초 극도로 불안했던 대외부문이 모두 안정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번단장은 “한국의 재벌들이 스스로 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해 충분히 이윤을 낼 수 있는 효율적인 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를 관심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대기업은 아시아에서도 부채가 가장 많은 편”이라며 재벌의 높은 부채비율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번단장은 “한국은 정부의 강력한 개혁의지에 힘입어 9월말 1단계 금융 구조조정을 마무리짓는 등 금융분야에서는 아시아의 어느 나라보다도 큰 성과를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4백50억달러를 넘어선 가용 외환보유고도 비록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으로부터 빌려온 돈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채무이행 능력이 그만큼 향상된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달러화―엔화 환율의 변수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천3백원 수준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을 높여주는 한가지 요인이라는 것.

한편 그는 한국의 부실채권 규모에 대해 “한국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1백조∼1백20조원보다 훨씬 큰 규모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문제는 부실채권의 규모가 아니라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의지”라고 지적했다. 번단장은 6일 이한(離韓)한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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