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RD·IMF,아시아위기 엇갈린 처방

  • 입력 1998년 10월 1일 19시 18분


‘자매기관’이라고 불리는 세계은행(IBRD)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29, 30일 각각 발표한 경제보고서의 동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한 처방에서 상반된 인식을 드러냈다.

세계은행은 ‘동아시아:회복의 길’이라는 보고서에서 동아시아 각국이 함께 재정지출을 늘려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시행함으로써 서로 경제성장을 촉진해야 한다는 처방을 제시했다.반면 IMF는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서 동아시아의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데는 세계은행과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처방에서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외환보유액의 축적 △금융개혁 △신중한 금리인하를 강조했다.

IMF는 특히 “국제시장에서의 신뢰회복은 금융부문의 구조를 얼마나 빨리 조정하고 기업의 과다한 부채부담을 해결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도 외국자본의 신뢰회복으로 해외자본이 유입되는 게 동아시아 경제회복의 관건이라는 점을 인정했지만 그보다는 성장을 촉진, 기업들을 살리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기자본보다 많은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를 억제할 경우 기업들의 부채구조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고 이들 기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신뢰 역시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

세계은행의 수석경제학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부총재는 지난달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IMF가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높은 동아시아에 고금리정책을 요구한 것은 외환시장 안정의 순기능보다는 기업들에 대한 해악이 훨씬 컸다”고 신랄히 비판했다.

한편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도 30일 한국에 대한 IMF처방은 잘못됐으며 한국 경제를 빨리 회복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지난해말 금융 외환위기 이후 IMF 요구사항을 수용하고 있으나 경제 상황은 IMF의 전망보다 악화됐는데 이는 IMF의 처방에 많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한국의 불황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원화 가치를 다소 희생시켜서라도 통화관리와 재정긴축을 대폭 풀어야한다고 지적했다. IMF가 허용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4%의 재정 적자 폭으로는 경기를 부양시키기에 미흡하다는 것.

IMF도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이번 보고서에서는 개혁의 필요성은 강조했지만 긴축이나 고금리와 관련해서는 종전의 입장만 재확인했을 뿐 크게 강조하지는 않았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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