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지도부 정치생명 『양쯔江에 달렸다』

  • 입력 1998년 8월 26일 19시 53분


중국수뇌부는 매년 여름 피서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 모여 국가중대사를 논의한다. 그러나 올해엔 이 회의가 열렸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다.

장쩌민(江澤民)주석이 회의에 이틀만 참석했고 주요안건 논의가 미뤄진 가운데 홍수대책만이 주로 논의됐다.

다음달 2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장주석의 러시아와 일본 방문이 연기된 것도 홍수로 인해 자리를 비울 수 없기 때문. 특히 ‘홍수와의 전쟁’에 잘못 대처해 엄청난 피해가 있을 경우 정치적 입지마저 좁아질 수 있다.

중국지도부는 양쯔(揚子)강 홍수사태와 관련, 인구 8백만명의 후베이(湖北)성의 우한(武漢)이 물바다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농촌지역의 일부 주제방을 인위적으로 파괴해 물길을 돌릴 준비를 끝냈다. 제방을 폭파하게 되면 서울시면적의 1.5배인 궁안(公安)현 일대가 완전수몰된다. 대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농촌지역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지만 선택은 쉽지 않다.

이때문에 장주석은 17일 양쯔강 중류 사스(沙市)수문관측소의 수위가 제방폭파기준인 45m를 22㎝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고심끝에 보류결정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우한이 무사했고 농촌지역도 지켜냈다. 그러나 주제방이 오랜 시간 침수, 약화돼 있고 태풍으로 인해 9월중순까지는 위기상황이 계속될 전망이어서 의외의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만의 하나 우한 구간의 주제방이 무너질 경우 장주석은 제방폭파를 미뤄왔다는 이유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장주석 못지않게 이번 홍수에 정치적 장래가 걸린 사람은 국가홍수방지총지휘부 책임자인 원자바오(溫家寶)부총리. 한때 후진타오(胡錦濤)부주석과 함께 쌍벽을 이룬 차세대리더였으나 톈안(天安)문 사태 당시 온건노선을 취한 것이 문제가 돼 처졌다가 3월 부총리에 발탁됐다.

원부총리가 우한시와 동북부 홍수로 위협받고 있는 다칭(大慶)유전을 사수해내면 홍수전쟁의 최일선 지휘자로서 정치적 위상이 크게 오르겠지만 반대의 경우 치명상을 입게 된다.

주룽지(朱鎔基)총리도 홍수전쟁에서 패할 경우 정부책임자로서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 또 이번 홍수로 그동안 장담해온 경제성장률 8% 달성이 좌절되면 특유의 추진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베이징〓황의봉특파원〉heb86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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