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외통 訪日 결산]「新 韓日관계」디딤돌 마련

입력 1998-05-22 19:20수정 2009-09-2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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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朴定洙)외교통상부장관의 일본 방문은 올 가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방일(訪日)에 앞선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을 가졌다.

한일 양국간에 ‘미래지향적 관계’라는 표현이 과거처럼 알맹이 없는 수사(修辭)에 그치지 않고 진실로 ‘21세기를 향한 동반자관계’라는 내용을 갖기 위해서는 양국이 함께 해결해야 할 많은 현안들이 있다.

어업협정, 과거사, 경제협력, 재일한국인의 지위, 문화개방문제 등이 바로 그것. 김대통령의 방일이 신(新)한일관계 구축의 전기가 되기 위해서는 이들 현안에 대한 납득할만한 수준의 ‘진전’이 있어야 한다. 박장관의 방일은 바로 그 ‘진전’을 위한 디딤돌 놓기인 셈이다.

박장관이 22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외상과 외무장관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대일(對日)조업규제 중단조치를 원상회복시키는 문제를 검토해 보겠다”고 한 것은 대표적인 디딤돌 놓기의 하나로 인식됐다.

조업자율규제조치란 홋카이도(北海道), 서(西)일본, 제주도 주변수역에서 한국어선들이 어족자원을 남획(濫獲)하지 못하도록 정부 스스로 규제하자는 것으로 80년 한일 외무장관간에 서한 교환형식으로 합의된 조치다.

우리 정부는 그러나 일본이 1월 23일 일방적으로 어업협정을 파기하자 같은 날 우리도 조업자율규제조치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를테면 ‘보복조치’ 같은 것이었다.

어업협정 개정협상은 지난달 재개됐지만 일본은 우리 정부가 조업자율규제 중단조치를 원상복구시키지 않는 한 협상 진전이 어렵다는 태도를 견지, 이 문제는 양국이 넘어야 할 첫번째 관문(關門)처럼 인식돼 왔다. 박장관은 이제 그 매듭을 스스로 풀 수 있음을 내비침으로써 양국간 관계복원의 기초를 놓은 셈이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 수산업계의 최대관심사는 그동안 올려온 어획고를 어업협정 개정 후에도 보장받는 것”이라며 “조업자율규제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기존 어획고 보장과 ‘빅 딜’을 하기 위한 현실적 필요성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박장관은 이와 함께 한일간에 얼개만 세워져 있고 실질이 채워지지 않았던 각종 대화채널을 활성화하고 ‘복구’시키는데도 방일의 초점을 맞췄다.

양국 외무부 아주국장과 국방부 관계관이 ‘2+2형식’으로 참여하는 안보대화, 양국 의원연맹이나 ‘각료간담회’같은 형식의 정치레벨 대화, 한일 역사공동위원회 및 ‘한일포럼’ 등 민간대화를 중층(重層)적으로 확대, 새 한일관계의 거름으로 삼으려 한 것은 대표적인 예다.

김대통령의 방일이 성공해 한일관계의 새 장을 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대화가 전제되고 준비되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도쿄〓김창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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