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정상회담]英엔「세일즈」 中-日엔 「신뢰구축」강조

  • 입력 1998년 4월 3일 07시 28분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은 2일오후와 3일새벽 중국 일본 영국 총리와 각각 가진 연쇄회담에서 새로운 정상외교 스타일을 선보였다. DJ식 정상외교의 요체는 ‘열린 자세’였다.

김대통령은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한국이 당면한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우방의 협조를 요청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는 상대방에도 마음을 열기를 주문하는 것이었다.

김대통령은 또 “상호 협력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며 어려울 때 돕는 것이 진정한 친구”라는 논리로 철저히 실리외교를 추구했다. 결국 지금은 한국이 어려우니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김대통령은 특히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일본총리와의 회담에서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에 매달리기보다는 그동안 불편했던 한일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상호 이해와 신뢰를 구축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한일간의 각종 현안에 대한 포괄적 타결을 제안하고 별도의 정상회담에서 이를 논의하자고 한 것도 한일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전제로 한 장기적인 구상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숨이 긴’접근법은 실무적 차원에서 하나의 현안을 타결했다 하더라도 상호 신뢰와 이해에 바탕하지 않는 한 끊임없이 새로운 현안이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대통령은 한일관계의 근인(根因)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로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본은 과거사를 분명히 정리하고 한국도 현재의 일본을 있는 그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의 구상대로 된다면 한일관계는 역동적인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주룽지(朱鎔基)중국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서로 우의를 확인한 뒤 “아직 어려움이 많으니 많은 도움을 바란다”며 곧바로 중국이 한국을 여행자유지역으로 지정하는 문제 등 실무현안을 내놓고 주총리의 ‘좋은 답’을 요청했다. 김대통령은 또 이날 회담에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주총리에게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한반도문제 해결과 관련한 중국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의식한 것이었다.

김대통령의 방중과 주총리의 방한을 상호 초청한 것은 실질적인 협력관계의 증진 필요성을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김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의 회담은 세일즈 성격이 강했다. 영국은 유럽연합(EU)국가중 한국의 제1위 투자대상국으로 최근 3년간 교역규모가 두배이상 증가했다.

김대통령은 주요 우방국 정상들과 상견례를 겸한 첫 정상회담인 이번 연쇄회담에서 개방적인 시장경제체제를 지향하는 한국의 개혁에 대한 인식을 확고하게 심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런던〓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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