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정상회담 해설]『피차 심각』 약속이행 불투명

  • 입력 1997년 11월 24일 19시 42분


25일 새벽에 열린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일본총리간 밴쿠버 정상회담의 주의제도 초미의 관심사인 한국의 금융위기 대처방안이었다. 이날 회담에서 한국측은 하시모토총리에게서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금융지원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약속과 함께 △한국경제의 기초가 양호하다는 평가 △IMF의 지원틀이 결정되면 가능한 협력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받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청와대측은 이날 회담의 성과와 관련, 정상간의 합의사항인 만큼 표현은 우회적이었지만 IMF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일본의 총리에게서 책임있는 약속을 얻어낸 것은 「상당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일본측은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과의 실무협상과정에서 IMF를 통한 지원 외에 민간은행 차원의 상업베이스 지원도 적극적으로 강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도 최근 홋카이도(北海道) 다쿠쇼쿠(拓殖)은행과 4대 증권사의 하나인 야마이치(山一)증권이 쓰러지는 등 국내적으로 금융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실효성있는 지원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야당이 금융위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장상의 불신임 결의안까지 내놓고 있는 형편이어서 한국을 드러내놓고 적극 지원하기 어렵다는 게 일본정부가 안고 있는 고민이다. 이번 회담은 또 최근 북송(北送) 일본인처의 일시 귀국허용과 연립여당 대표단의 방북을 계기로 접근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북한 일본간의 관계에 대한 우리측의 경계심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하시모토총리가 이날 북한과의 관계개선은 한국과의 밀접한 협의 아래 이루어질 것임을 거듭 강조, 대북(對北)접근에 신중한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다. 한편 어업협상 문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우리측이 일본의 조속한 타결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내적으로 어민단체 등의 압력에 시달리는 하시모토총리의 체면을 세워주었다. 상황변화 때문이기는 하나 과거와는 달리 「총론」뿐 아니라 「각론」에서도 대체로 이해가 일치된 점이 이번 정상회담의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밴쿠버〓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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