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슈퍼301조 속셈은 「한국車 죽이기」』

  • 입력 1997년 10월 3일 19시 57분


재미 통상문제 전문 변호사인 김석한(金碩漢·에이킨&검프사)씨는 2일 『미국이 한국의 자동차시장에 대해 슈퍼 301조를 발동한 것은 명백히 잘못됐으며 나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에 대한 감정의 표출보다는 전략적 사고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의 눈을 통해 이번 자동차협상을 재평가해 보았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잘못된 결정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미국이 한국의 자동차 배기량에 따른 누진세를 문제삼고 나왔는데 미국도 이와 유사한 누진세가 있다.3만달러 이상의 차에 부과되는 사치세(Luxury Tax)와 연료량에 따라 세금이 다른 연료량 차등과세(Guzzler Tax)가 그것이다. 94년에 유럽연합(EU)이 이를 문제삼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을 때 미국은 「3만달러 이하의 차를 수출하면 되는데 그 이상을 수출한 것은 EU의 결정으로 EU의 책임이다」는 논리를 세워 승소했다. 그런 미국이 한국의 누진세를 문제삼는 것은 아이러니다. 먼저 WTO에 가야 한다. 가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발동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그 자체가 WTO 제소감이다』 ―미국의 진짜 속셈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심하게 말하면 미국은 속임수를 썼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당초 한국시장의 점유율이나 세금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한국 자동차산업의 과잉생산능력에만 관심이 있었다. 삼성이 가세하는 2000년에는 연간 생산능력이 6백만대가 되고 현대는 세계 10대 자동차메이커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미국으로서는이 대목을가장 우려하고 있으며 따라서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그러나 민간 자동차업자의 생산 능력확충을미국이 간섭할 수는 없다. 미국은 그래서 정부간 합의사항이었던 95년 자동차양해각서(MOU) 위반을 문제삼고 나온 것이다』 ―한국이 희생양이 됐다는 지적도 있는데…. 『무역협상 신속처리권한(Fast Track Authority) 표결을 앞두고 미국의 노조로부터 점수를 딸 필요가 있었고 따라서 어떤 나라건 희생양을 만들어야 했다. 여기에다 미자동차제조업자협회(AAMA)와 모종의 거래까지 했다. AAMA는 일본을 우선협상대상국 관행(PFCP)으로 하는데 부담을 느꼈다. 일본을 PFCP로 해놓으면 부작용이 많다. 따라서 일본은 빼고 대신 한국을 포함시켜 줄 것을 희망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나쁜 결정」이었다는 뜻인가. 『그렇다. 장기적으로 미국에 위해로운 결정이다. 이번 슈퍼301조 발동으로 한국내 개방 반대파의 목소리만 높여주었다. 12월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은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강한 반미(反美)색채를 띨 것이다. 한국에는 물론 미국에도 득이 될 게 없는 결정이었다』 ―앞으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과잉대응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12∼18개월 동안 재협상을 해야되니까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재협상은 빨리 끝내지 않아도 된다. 빨리 끝내면 AAMA는 또 다른 요구를 하고 나올 것이다. 천천히 재협상하면서 그 사이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 수출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 슈퍼 301조를 발동하고 난 후의 협상에서 미국이 처음보다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낸 예는 거의 없었다. 미국은 이미 카드 하나를 써버린 셈이다. 감정적인 대응은 금물이다. 한국 국민들이 격앙되는 것이야말로 미국이 바라는 것이다. 미무역대표부(USTR)나 업계는 「한국이 저런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한미 통상에 대한 이해 부족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단정해 버린다. 한국에 결코 이로울 게 없다. 통상마찰도 하나의 비즈니스일 뿐이다. 전략대 전략의 싸움으로 가야 한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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