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상승 수출도움 안된다…자동차등 가격경쟁력 잃어

  • 입력 1997년 9월 2일 19시 54분


동남아시아 통화가치의 동반 폭락에 이어 일본 엔화마저 약세로 돌아섬에 따라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이들 국가 통화의 평가절하율이 원화의 평가절하율을 크게 웃돌아 최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의 상승은 수출증대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일본 엔화환율은 지난달 29일 1백20엔대에 진입했고 2일 일본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는 1백21엔을 넘어섰다. 엔화는 5월초 달러당 1백20엔 이하로 떨어지면서 2년간 지속된 약세에서 벗어나 강세로 반전하는 듯했으나 4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약세분위기로 돌아선 것. 외환컨설팅업체인 핀텍의 배우규(裵禹奎)대표는 『일본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아 엔화는 당분간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원식(申元植)한국무역협회이사는 『달러당 1백20엔 이상은 엔저중에서도 엔저』라면서 『대일(對日)경쟁품목인 자동차 조선 철강 기계 제품의 국제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이사는 『이 정도 엔―달러환율에서는 원―달러환율이 9백15원정도는 돼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국의 통화도 하락세가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아 경공업제품의 수출가격경쟁력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 6월말 환율과 1일자 환율을 대비한 평가절하율을 보면 아시아 여러나라의 절하율이 우리의 3∼16배에 이르는 실정. 강면모(姜冕模)한국은행 외화자금실장은 『동남아시아 주요국의 통화가치는 앞으로도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산업은행은 이로 인해 이들 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수출상품의 경쟁력이 악화될뿐 아니라 동남아의 구매력 저하로 이 지역에 대한 수출 감소가 함께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동남아시장에 2백2억달러를 수출, 81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냈으나 올해 실적은 작년만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외환당국은 수출경쟁력보다는 금융시장의 안정이 우선이기 때문에 당분간 원―달러환율이 9백5원을 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천광암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