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中國이 온다]조선족,근면 간곳없고 돈바람 『휘청』

  • 입력 1997년 8월 23일 20시 25분


韓中(한중)수교후 「코리안드림」을 품고 작년말까지 조선족 2백만명중 12만명이 방한했다. 「김○호, 박○학, 이○로, 최○열, 박○, 하○옥…」. 조선족들이 결코 잊지못할 한국인 사기꾼들의 이름이다. 지금까지 1만6천여명의 조선족이 「한국에 보내주겠다」는 꾐에 빠져 인민폐 5억여元(약 5백억원)을 사기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에게 한국은 말그대로 「야속한 조국」이다. 수교후 한국에서 불어닥친 돈바람과 코리안드림을 좇는 일부 조선족때문에 그동안 유지돼 오던 조선족 공동체는 뿌리부터 허물어지고 있다. 천진(天津)의 장성(長成)가라오케에서 일하는 연길(延吉)출신 조선족 접대부 김모양(23). 『이곳 아가씨의 대부분이 조선족입니다. 이곳에 몸을 담은 이상 고향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고 어떻게든 한국인을 만나 돈을 벌어야지요』 북경(北京)의 2백여개 가라오케중 한국인소유가 1백20개 가량. 택시운전사는 조선족 아가씨가 타면 대뜸 『어느 가라오케에서 일하느냐』고 묻곤 한다. 북경의 외국인 거주촌인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안에 있는 한 외제화장품가게. 『이 아파트에 조선족 현지처가 많으냐』는 질문에 주인아주머니는 『한국인이 10%쯤 되며 그중 20%는 조선족현지처 가정』이라고 대답했다. 『조선족들은 한국산 화장품만 단골로 사가지. 값이 여기 한달치 월급과 맞먹는데도 말이야…』 한국인의 현지처 조달은 주로 가라오케 노래방 등 요식유흥업계 등으로부터 이뤄진다. 매춘여성에게 직업교육을 하는 심양(瀋陽)의 여성자강학교에 수용된 2백58명 중 조선족은 58명(22.5%)이다. 심양의 인구 중 조선족이 1.2%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다. 수교후 농촌에 사는 조선족은 대도시로, 대도시에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국으로 몰려가 조선족 마을에는 젊은이가 없다. 길림성 연변 조선족자치주에서는 85년 4백19개였던 조선족 소학교가 95년 1백77개로, 1백18개였던 중학교가 49개로 격감했다. 『이농(離農)현상이 조선족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조선족에게는 한국이 「촉매」가 되어 폭발적으로 나타납니다』(李德權·이덕권 조선문보기자) 위장결혼 수법을 이용할 수 있는 여자들은 한국입국이 좀 쉬운 편이다. 중국에서는 뇌물 3천元만 주면 유부녀들도 미혼증명서를 뗄 수 있다. 매년 7천∼8천명씩 한국으로 시집가는 조선족 여성중 절반이상은 위장결혼인 것으로 한국대사관은 보고 있다. 조선족의 대거유입은 한국에도 불법체류 및 불법취업자 양산 인권문제 외국인노동자정책의 난맥상 등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 현재 정부는 조선족 입국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하얼빈(哈爾濱)에서 발행되는 우리말신문 「흑룡강신문」은 지난달 특집기사를 통해 중국내 소수민족중 가장 교육열 높고 근면한 조선족이 현재 이직률 술소비량 범죄율 등이 높은 민족으로 낙인찍혔다고 개탄했다. 李相泰(이상태)우리민족돕기운동 요령(遼寧)성본부장은 『한중수교 후 한국인에 당한 조선족들의 「악연(惡緣)」때문에 통일이후까지 감정의 앙금이 남아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북경·천진·심양〓황의봉특파원·허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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