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몬교 서부개척 150주년]「포장마차 대장정」 재연

  • 입력 1997년 8월 4일 10시 10분


남편은 아이들을 태운 포장마차를 몰고 아내는 생필품을 실은 손수레를 끌고 뒤를 따른다. 남자는 카우보이모자에 멜빵바지, 여자는 뙤약볕을 가리는 보닛에 치렁치렁한 긴치마 차림. 서부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교회 신자들이 개척자의 날 1백50주년을 맞아 박해를 피해 「약속의 땅」을 찾아나섰던 초기 교회 개척자들의 엑소더스를 그대로 재현했다. 지난달 22일 포장마차대대 환영식이 열린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 교외의 「이곳이 그곳이다」 주립공원내 기념비광장. 1백30여대의 포장마차와 손수레행렬이 나타나자 광장을 메운 인파로부터 환호와 열띤 박수가 쏟아졌다. 미국 전역과 해외에서 모여든 3백50여명의 신자들이 2천80㎞의 대장정 끝에 「약속의 땅」인 바로 이곳에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지난 4월21일 네브래스카주의 오마하를 출발, 와이오밍주를 거쳐 이곳에 왔다. 구간별 참가자들까지 합하면 3개월동안의 참가연인원은 5천여명. 이 행렬은 출발 당시부터 미국내외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로키산맥을 횡단하는 여정 자체가 험로인데다 19세기 중반의 여행방식을 그대로 좇아 하루 8시간 이상 강행군을 해야 하는데도 많은 이들이 「사서 하는 고생」에 즐겁게 참여했다. 가족단위 참가자중 상당수가 1백50년전 교회 개척자들의 후손. 솔트레이크시에 사는 로저(30·청소년교도소 상담간사) 리사(24·음식점 매니저)남매는 『TV 라디오 전화 신문 등 문명으로부터 완벽하게 단절된 채 1백50년전 같은 길을 걸었던 5대조 할아버지의 발자취를 더듬는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1830년 미국 뉴욕에서 조지프 스미스에 의해 창시된 몰몬교회는 초기에 이단으로 몰려 심한 박해를 받았다.2대 대관장인 브리검 영이 1846년 1백48명의 신자를 이끌고 일리노이주의 나부정착촌을 떠나 약속의 땅을 찾아 나선 것도 그 때문. 그들은 여행을 시작한 지 1년만에 당시 멕시코 영토였던 솔트레이크 계곡에 도달해 정착지로 삼고 사막을 농경지로 바꿔나갔다. 몰몬교회는 최근 15년동안 신자수가 두 배로 늘어나는 등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종교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술 담배 커피를 금하는 대신 가족을 중시하고 혼전순결과 단정한 옷차림을 지키도록 하는 보수적인 교리가 물질문명의 부작용에 시달리는 미국사회에 파고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달에 두 끼를 금식하고 모은 성금으로 자선사업을 하고 사회봉사를 권장하는 계율도 근로를 신성시하는 미국적 특성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신자 수는 9백70만명(미국내 4백70만명, 국외 5백만명)으로 현재 세계 1백60개국에 5만여명의 선교사가 파견돼 있다. 한국에는 6.25때 참전한 미군에 의해 전파돼 1백50여개 교회와 6만여명의 신자가 있다. 〈솔트레이크(미국)〓김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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