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3자설명회」거부 안팎]『배고픔 면해야 대화』

  • 입력 1997년 2월 1일 20시 15분


[方炯南 기자] 남북한 미국 중국의 4자회담을 위한 남북한과 미국의 3자 설명회가 일단 무산됐다. 북한 유엔대표부 한성렬공사는 지난달 29일로 예정됐던 설명회를 1차 연기할 때는 『1주일 뒤로 미루자』고 요청, 설명회가 5일로 다시 잡혔으나 이번에는 『평양으로부터 아무런 지시가 없다』며 불참을 통보했다. 이로써 설명회가 가까운 시기에 열릴 가능성은 사라졌다. 설명회는 물론 4자회담 자체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회의론마저 정부일각에서 대두했다. 외무부 당국자는 1일 『다소 실망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식논평했으나 이는 정부의 실망감을 최대한 절제해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북한의 태도변화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다른 당국자의 말이 정부의 곤혹스런 처지를 더욱 잘 나타낸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설명회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식량 50만t 우선공급을 단시일내에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은 오는 16일 金正日(김정일)생일 이전에 식량을 확보하려는 입장이어서 태도를 쉽게 바꿀 것같지 않다. 북한은 미국곡물회사 카길 뿐만 아니라 다른 서방회사와도 식량구입협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을 방문중인 북한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장 黃長燁(황장엽)의 가장 중요한 임무도 식량확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한국이나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상황도 아니다. 정부는 설명회 참가만으로 북한에 대가를 주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유지해왔다. 당국자는 1일에도 『어떤 일이 있어도 4자회담에 나오기 전에는 북한에 쌀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미국도 잠수함 사건때와는 달리 식량공급문제에 대해서는 남북한의 중개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한국정부에 양보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기대하는 단 하나의 지렛대는 북한에 줄 수 있는 쌀을 한국이 갖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한국의 쌀을 받으려면 4자회담에 응해야 하고 그에 앞서 설명회에 나와야 한다는 결심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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