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인질극계기 대사관保安]주미 한국대사관 가장 허술

  • 입력 1996년 12월 22일 20시 19분


「워싱턴〓李載昊특파원」 페루주재 일본대사관저 인질극을 계기로 대사관의 안전 문제가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79년 이란의 미국대사관은 과격파 학생들의 기습점거로 52명의 직원과 방문객들이 무려 4백44일간 억류당했던 일도 있다. 83년에는 베이루트와 쿠웨이트의 미국대사관이 역시 폭탄을 적재한 트럭의 습격을 받았다. 블라디보스토크 최덕근영사의 피살도 넓게 보면 대사관의 안전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업무의 속성상 대사관은 안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외교의 중심무대로서 대사관은 늘 열려 있어서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 더욱이 현지인을 고용하지 않을 수 없고 보면 이들이 언제든지 외부세력과 공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83년 베이루트주재 미대사관의 폭탄테러 때도 현지고용인이 내부에서 협조했다. 전문가들은 국경일이 특히 취약하다고 말한다. 이번 페루의 경우 처럼 수백명이 축하파티에 참석하기 때문에 테러리스트가 잠입하기가 쉽다는 얘기다. 미국은 83년 레이건 행정부 때 「대사관 안전 특별위원회」를 만든 이래 소위 「인맨식 대사관」 건물을 20여개 이상 지었다. 「인맨식 건물」은 「대사관 안전 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보비 레이 인맨 해군제독의 이름에서 연유했다. 폭탄트럭의 돌진에 대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대사관이라기보다는 콘크리트 요새처럼 보이는 게 특징이다. 미국무부는 「인맨식 대사관」을 늘려나갈 방침이나 건물 한 채 건설비용이 7천만달러나 돼 애를 먹고 있다. 안전장치가 가장 잘 돼 있는 대사관으로는 이스라엘 및 호주대사관이 유명하다. 이스라엘 대사관은 어느 곳을 가나 방문객들이 운하의 갑문 처럼 단계별로 폐쇄되는 3개의 밀폐된 방을 무사히 통과해야 대사관 내부로 들어갈 수 있게 돼 있다. 워싱턴의 주미한국대사관의 경우 아직까지 정문에 보안검색대 하나 설치돼 있지 않아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안전장치가 가장 허술한 대사관중의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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