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역사-철학으로 본 ‘학생이란 무엇인가’

  • 동아일보

◇더 스튜던트/마이클 S 로스 지음·윤종은 옮김/260쪽·2만3000원·소소의책


지난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질 당시 긴장한 한국 사회의 모습이 외신에서 화제가 됐다. 영어 듣기 평가에 영향을 줄까 봐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고, 공공 기관 출근도 늦추는 등의 모습이 유별나게 보였던 모양이다. 이런 사회적 배려는 따뜻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단 한 번의 시험과 그 뒤로 연결되는 대학에 과한 비중을 두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예술대, 웨슬리언대 등 여러 명문대 총장을 지낸 저자가 ‘학생’의 본질을 탐구한 책이다. 학생의 출발을 고대 ‘위대한 스승’들의 제자로 설정한다. 이들은 공자와 소크라테스, 예수의 추종자다. 공자의 제자들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덕을 쌓고 조화롭게 살기를 추구했다면,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은 스승과 대화하며 배우는 걸 목표로 삼았다. 예수의 제자들은 스승을 모방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이렇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 ‘학생’들은 중세와 계몽주의 시대를 거쳐 21세기 대학생에 이르며 다양한 모습을 갖게 됐다. 중세에는 지극히 일부에게만 교육이 주어졌고, 18세기 후반에 이르러 학생은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사람’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랠프 월도 에머슨(1803∼1882)은 “순응을 참지 않고 거부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학생”이라고 봤다. 여기서 강조하는 건 학생이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이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타인으로부터 배우며 자유를 발견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고대에는 ‘순종자’에 가까웠던 학생들이 역사적 변화를 거치면서 ‘독립적 사유자’로 거듭났다.

현대에 이르러 ‘좋은 학생’은 명문대나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 경쟁을 이기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그러나 저자는 “학생이란 세상과 상호작용하며 가르침을 얻고 창의적으로 반응하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모든 사람은 평생 학생으로 남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가장 훌륭한 가르침은 내가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배움과 발견 근본적 변화에 열린 사람이 되도록 이끄는 것이다.”

#학생 본질#고대 스승#공자#소크라테스#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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