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6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목간(木簡·글씨를 쓴 나뭇조각)이 경기 양주 대모산성에서 발견됐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기존에 발굴된 목간 중 가장 이른 시기로 알려진 서울 몽촌토성 출토품보다도 100년가량 앞선다.
양주시와 기호문화유산연구원은 “양주대모산성 발굴조사 중 성에서 쓸 물을 모아두던 집수 시설에서 5세기경 백제시대 것으로 보이는 목간 4점이 출토됐다”고 20일 밝혔다. 목간이 발굴된 지질층은 고구려 장수왕이 한성을 함락한 475년 이전인, 백제가 한성에 도읍을 둔 시기였던 ‘백제 문화층’이다. 목간은 당대 생활사에 관한 기록이 새겨져 있어 역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꼽힌다.
특히 한 목간에는 ‘기묘년’(己卯[年])으로 읽히는 글자가 남아 있어 해당 목간이 제작된 연대가 439년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함께 출토된 토기 조각이 5세기 백제 유물로 보이는 데다, 백제가 오늘날 충남 공주인 웅진으로 천도한 시기가 475년이기 때문이다.
조사단 측은 “2021년 서울 몽촌토성에서 발굴된 목간보다 약 100년 이상 앞선 시기의 문자 자료로 보인다”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목간엔 오늘날 충북 진천 일대로 여겨지는 ‘금물노’(今勿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자문에 참여한 한국목간학회는 “그동안 고구려계로 알려진 지명이 백제 문화층에서 나온 목간에서 등장해 연구 가치가 상당하다”며 “양주 일대가 5세기 중반에 백제와 고구려의 치열한 다툼이 벌어졌던 경계였음을 추정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검을 뜻하는 ‘시’(尸) 자 아래 ‘천’(天), ‘금’(金) 등 글자 20여 개가 적힌 목간도 발견됐다. 조사단 측은 “점복(占卜)에 쓰인 뼈, 도구가 함께 발견돼 당시 산성 내부에서 ‘제의적 행위’가 이뤄졌음을 짐작케 하는 단서일 수 있다”고 했다. 양주시와 연구원은 28일 발굴 현장에서 설명회를 열어 목간을 공개하고 조사 성과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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