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에 ‘영토포기’ 평화안 압박…키이우 “굴욕적 양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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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바스 전체 할양·군 병력 절반 감축…러측 요구사항 가득
우크라이나 배제한 채 미·러 비밀 협상…‘키이우 패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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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측에 러시아 측 입장이 대거 반영된 평화안을 수용하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평화안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 포기와 군병력 축소 등 러시아 측 요구가 대거 포함돼 우크라이나 정부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RBC 우크라이나 등 현지 매체들은 19일(현지시간) 이 평화안이 “우크라이나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는 “러시아에 심하게 기울어진 제안”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이 러시아와 협의해 마련한 평화안은 28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루한스크주) 지역 전체를 러시아에 넘겨주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로우얀스크 등 주요 도시까지 넘겨주는 것으로 사실상 러시아의 영토 점령을 인정하라는 의미다. 또한 현재 군 병력을 절반 수준인 40만 명으로 줄이고 장거리 미사일 등 특정 무기 보유를 포기하는 내용도 담겼다.

내정 간섭에 가까운 조항들도 포함됐다. 러시아어를 우크라이나의 공식 언어로 지정하고 러시아 정교회에 공식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등 러시아 측이 요구한 조항이 다수 반영됐다.

평화안 작성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는 철저히 배제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 대표가 지난 10월 말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만나 사흘간의 비밀 회동 끝에 초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러시아 측이 유리한 전선 상황과 젤렌스키 대통령을 둘러싼 대규모 부패 스캔들 여파를 이용해 최대한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미국은 평화안 수용을 관철하기 위해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다. 댄 드리스콜 미 육군 장관이 이끄는 고위 군사 대표단이 이미 키이우에 도착해 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튀르키예에서 귀국하는 대로 그와 만나 평화안을 설명하고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CNN은 미군 대표단이 우크라이나 현장을 직접 확인한 뒤 백악관에 보고하고, 이후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 관리들과 회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관리는 “젤렌스키가 전황 악화와 부패 스캔들로 인한 국내 압박 속에서 이 계획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유럽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핵심 보급 거점인 포크로우스크에까지 침투해 있다.

영토 포기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소식통은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그 평화안에 대해 (우리는) 명백히 열의가 없다”며 “워싱턴이 모스크바의 요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다른 우크라이나 관리는 AFP통신에 “미국 측 제안이 정말 트럼프의 의중이 반영된 것인지 아니면 측근들이 만든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러시아가 그 대가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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