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와 이에 맞서는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로 최근 세계 첨단산업 공급망에 경고등이 커졌다.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 등 17개 원소를 통칭하는 희토류는 스마트폰, 반도체, 전기차 등 4차 산업혁명의 모든 핵심 기술에 필수적인 산업의 비타민이다.
희토류는 그 이름처럼 매장량이 희귀하기보다, 자원의 지역 편중성이 심각하다는 문제가 있다. 정제 및 분리 과정에서 환경 문제로 선진국들이 생산을 꺼리는 사이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이를 첨단산업의 생존권을 거머쥐는 전략 자원으로 삼았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될수록 희토류는 단순한 광물 자원을 넘어, 국가 간 힘겨루기의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사실 이러한 희토류 무기화는 처음이 아니다. 우리는 2010년 발생한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사태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당시 일본이 중국 어선 선장을 구속하자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맞섰다. 결국 일본 정부는 사흘 만에 선장을 석방하는 굴욕적인 결과를 맛봐야 했다. 이는 희토류가 산업 경제 측면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 선례가 됐다.
중국의 최고지도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은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전 세계를 향한 강력한 경고였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미루고 있다.
반도체, 전기차,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우리나라에 희토류 공급망 위기는 국가 생존과 직결된다. 더 늦기 전에 강대국 간의 힘겨루기에 휘둘리지 않을 독자생존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우리가 추구할 핵심 대처 방안은 과학기술에 기반한 세 가지 축이다. 첫째는 해외자원 개발 확대와 자원 비축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고, 둘째는 희토류의 특이한 전자적 물성을 대체하는 고성능 대체 소재 및 대안 기술의 개발이며, 셋째는 폐기되는 전자제품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재활용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희토류 대체 기술 개발은 단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정부는 이를 국가 전략 과제로 설정하고 장기적 비전 아래 안정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연계하는 지원을 강화하고, 미중 패권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 과학기술에 기반한 국제적 협력 또한 확대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70여 년간 정부, 기업, 국민이 합심해 선진 기술을 흡수하고 세계 최고의 첨단 제조업 국가로 부상했다. 이러한 위치를 유지하려면 자원-소재-제조로 이어지는 공급망 연결고리를 체계적으로 수립해야만 한다. 또한 최근의 희토류 이슈를 기회로 삼아 제조 강국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자원화, 소재화 기반을 장기적, 체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결국 과학기술로 해결해야 하는 이슈임을 반드시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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