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일본 여행 자제령 이후 중국 항공사들의 일본행 항공권 약 49만1000건(전체의 32%)이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오른쪽). 뉴스1
중국의 ‘한일령(限日令)’ 조치가 본격화되면서 지난 15일 이후 중국 항공사가 취소한 일본행 항공권이 약 50만 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일 외교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 관광 산업에는 최대 20조 원 손실이 예상된다.
18일(현지 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15일 이후 취소된 중국 항공사들의 일본행 항공권은 약 49만1000건으로 추산됐다. 중국발 일본행 전체 예약의 약 32%가 이번 조치로 한 번에 사라졌다.
● “코로나19 때 보다 심각” 항공권 취소, 신규 예약의 ‘27배’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에 세워져 있는 중국동방항공 MU563편의 모습. 뉴시스항공 분석가 리한밍은 “일요일 항공편의 82.14%, 월요일 75.6%가 취소 영향을 받았다”며 “새 예약보다 취소 건수가 27배 많다”고 밝혔다.
그는 “이 규모는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 직후를 제외하고 처음”이라며, 특히 전체 취소분의 약 70%가 왕복 항공권이어서 환불로 인한 손실이 “수십억 위안대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설 연휴 전후로 중국을 오가는 항공 노선은 전년 대비 71% 가량 감소했다.
● “일본 여행하지마” 중국 정부에…항공사 ‘무료 환불’
중국 베이징의 한 신문 가판대에서 한 남성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최근 대만 관련 발언을 보도한 지역 신문을 읽고 있다. 뉴시스이번 사태의 직접적 도화선은 중국 정부가 내놓은 ‘일본 여행 자제 권고’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하자 중국 외교부가 강하게 반발했고, 이에 따라 국영 항공사들을 중심으로 일본행 무료 환불 조치가 잇따랐다.
중국의 3대 국영 항공사인 에어차이나·중국남방항공·중국동방항공를 포함해 총 7개 항공사가 12월 31일 이전 예약 건에 대해 무료 환불 및 일정 변경을 제공하고 있다.
● 중국인 관광객 감소…일본 경제 피해는 얼마나?
도쿄 시부야역 부근 교차로를 건너고 있는 사람들. AP/뉴시스타격은 항공사에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중국인의 일본 여행이 급감할 경우 일본 경제가 최대 2조2000억 엔(약 20조 원)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일본 관광 산업의 ‘핵심 고객’이 중국인이라는 점을 고려한 분석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올해 1~9월 일본을 찾은 중국인은 749만 명이며, 일본정부관광국(JNTO) 통계에서도 올해 1~8월 중국인 방문객은 670만 명을 넘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이번 사태로 일본 관광 산업 전반이 즉각적인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 ‘한한령’ 이어 ‘한일령’…중국에서 ‘짱구’도 못본다
이번 ‘한일령’은 하늘길을 넘어 문화·콘텐츠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잇달아 상영 연기 또는 취소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중앙TV(CCTV)는 극장판 ‘짱구는 못 말려’와 ‘일하는 세포들’ 등의 상영이 무기한 연기됐다며 “관객 정서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도 총리 발언 이후 관람객 불만이 커지며 흥행세가 급격히 꺾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