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에서 인공지능(AI)이 갖는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반도체 등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AI를 빼고는 IT 산업을 논하기가 어려워졌다.
중요한 것은 AI에 의한 수혜에는 순서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직관적으로 수혜를 보는 분야는 반도체다. AI 추론 수요의 증가는 데이터센터, 즉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져 엔비디아를 필두로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까지 이에 따른 실적 호조를 누리고 있다.
두 번째 수혜 분야는 클라우드다. AI 추론 수요 증가로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구글) 등 글로벌 클라우드서비스제공자(CSP)들의 매출이 고성장 중이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가격이 하락하고 성능은 점점 개선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들도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매출 성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네이버는 AI가 검색 결과를 요약, 정리해주는 AI 브리핑을 시작으로 내년 쇼핑 AI 에이전트 ‘Agent N’을 출시한다. 단순히 검색이나 상품을 찾아주는 수동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고객의 성향과 니즈를 파악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트 기업으로 변화해 나가는 것이 네이버의 미래 구상이다. 카카오도 카카오톡에 챗GPT 기능을 추가하고 챗GPT에서 예약하기, 선물하기, 카카오맵 등 카카오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성능이 발전하고 연결된 서비스가 많아질수록 소비자들의 이용이 늘어날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실적이라는 관점에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반도체나 클라우드는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AI가 실적에 반영되지만 B2C 서비스는 AI가 ‘추천의 고도화’라는 형태로 활용되고 있으며 생성형 AI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이는 인터넷이 발전해온 기본적인 방향성이었다. 그런 만큼 소비자들이 새로운 서비스에서 대단한 효용을 느끼거나 추가적인 과금을 할 만한 니즈가 형성되기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인터넷 산업의 발전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어지며 완성됐던 과거의 패턴을 고려할 때, 현재의 투자는 결국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효용 증대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국내 기업들의 AI 기반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하고 본격적인 실적 성장을 이룰 시기가 다가올 것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산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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