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여제’ 이상화 세계기록 ‘36초36’, 12년 만에 깨졌다…새 주인공 탄생

  • 뉴시스(신문)

펨케 콕, 월드컵서 세계기록 경신…“이상화 영상 수백번 봤다”
이상화 기록, 최근 올림픽 종목 세계기록 중 가장 오랫동안 유지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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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17일(한국 시간) 이후 12년 동안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세계기록에는 이상화(은퇴)가 세운 36초36이 새겨져 있었다.

수많은 단거리 스타들이 도전장을 던졌지만 세계기록 보유자는 강산이 한 번 변하도록 이상화였다.

결국 12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세계기록의 주인공이 바뀌었다. 12년간 바뀌지 않고 여자 500m 세계기록에 적혀있던 ‘36초36’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상화의 기록을 넘어선 주인공은 스피드스케이팅 ‘강국’ 네덜란드 국적의 펨케 콕이다.

콕은 17일(한국 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유타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25~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6초09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신기록이다.

이상화가 2013년 11월 17일 유타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3~2014 ISU 월드컵 2차 대회 2차 레이스에서 작성한 종전 세계기록인 36초36을 0.27초 앞당겼다.

콕은 이상화의 기록을 정확하게 12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갈아치웠다.

현재 세계기록을 살펴보면 12년 전 이상화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콕이 세계신기록을 수립하기 전까지 이상화의 ‘36초36’은 스피드스케이팅 올림픽 정식 종목 세계기록 중 가장 오래 전 세워진 기록이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올림픽 정식 종목은 남녀 500m, 1000m, 1500m, 5000m, 팀 추월, 매스스타트와 여자 3000m, 남자 1만m다. 이 중에서 매스스타트는 포인트로 순위를 정한다.

여자 1000m(1분11초61·2019년 3월 미국 브리타니 보), 1500m(1분49초83·2019년 3월 일본 다카기 미호), 3000m(3분52초02·2019년 3월 체코 마르티나 사블리코바) 세계기록은 모두 2019년에 세워졌다.

여자 5000m(6분39초02·2020년 2월 나탈리야 보로니나), 여자 팀 추월(2분50초76·2020년 2월 일본)은 2020년에 세계기록의 주인공이 새롭게 태어났다.

남자부도 비슷하다.

남자 500m(33초61·2019년 3월 러시아 파벨 쿨리즈니코프), 남자 1500m(1분40초17·네덜란드 키엘트 나위스) 세계기록은 2019년에 수립됐다.

남자 1000m(1분05초37·2024년 1월 미국 조던 스톨츠)는 2024년에 작성됐고, 남자 1만m(12분25초69·2025년 1월 이탈리아 다비데 기오토) 세계기록도 올해 깨졌다.

이번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남자 5000m(6분00초23·프랑스 티모시 루비노)는 4년 만에, 팀 추월(3분32초49·미국)은 1년 10개월 만에 세계기록이 다시 써졌다.

그간 세계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장비와 기술, 주법 등에서 발전을 이루며 세계신기록이 탄생했지만, 이상화의 기록은 12년 동안 흔들림이 없었다.

좀처럼 깨지지 않을 기록을 새로 쓴 콕은 이상화를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고 털어놨다.

콕은 네덜란드 매체 NRC와의 인터뷰에서 “종전 세계기록 보유자였던 이상화가 신기록을 수립할 당시 영상을 수백번 돌려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제나 ‘어떻게 저렇게 빠를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꿈을 이뤘다. 믿어지지 않는다”고 감격했다.

이상화는 최전성기를 보내던 2013년에만 여자 500m 세계기록을 4차례 갈아치웠다.

2013년 1월 21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2~2013 ISU 월드컵 6차 대회에서 36초80을 기록해 당시 위징(중국)이 갖고 있던 36초94를 0.14초 앞당겼다.

이후부터는 자신의 기록을 계속해서 단축했다.

같은 해 11월 10일 캘거리에서 개최된 2013~2014 ISU 월드컵 1차 대회에서 기록을 36초74로 줄인 이상화는 엿새 뒤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차 대회에서 1차 레이스 36초57, 2차 레이스 36초36을 기록해 세계기록을 거푸 수립했다.

이번 대회가 열린 유타 올림픽 오벌은 캘거리 올림픽 오벌과 함께 ‘기록의 산실’로 불린다.

두 경기장 모두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대에 자리하고 있어 공기 저항이 덜하고, 세심한 빙질 관리 덕에 스케이트 날이 더 잘 나간다. 최근에는 유타 올림픽 오벌에서 세계기록이 더 많이 나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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