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브랜드의 무덤’ 日시장서 살아남은 K-패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7일 16시 43분


무신사는 11월 6일 일본 패션 이커머스 조조타운(ZOZOTOWN)에 ‘무신사 숍’을 정식 문을 열었다. 무신사제공
무신사는 11월 6일 일본 패션 이커머스 조조타운(ZOZOTOWN)에 ‘무신사 숍’을 정식 문을 열었다. 무신사제공
까다로운 입점 기준과 보수적인 소비 트렌드로 ‘외국 브랜드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 패션 시장에서 K패션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강력한 팬덤을 활용한 유통망 강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6일 일본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ZOZOTOWN)’에 ‘무신사 숍’을 정식 오픈했다. 그동안 조조타운에 입점한 한국 브랜드는 20여 개에 불과해 전체 브랜드 9000여 개 중 0.2% 수준이었다. 이번에 무신사가 입점하면서 140여 개 국내 브랜드가 일본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게 됐다. 무신사는 조조타운 입점 브랜드를 연내에 15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패션업계에서는 무신사가 조조타운에 입점하면서 한국 개별 브랜드들이 혼자서는 넘기 어려웠던 일본 진출 문턱을 낮춰 K브랜드 유통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무신사 스토어를 통하면 복잡한 현지 절차 없이 조조타운에서도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물류·통관·배송·고객 응대까지 무신사가 전담한다.
무신사는 이번 협업을 계기로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지난해 기준 2조8000억 엔(약 26조3900억 원)에 달하는 일본 패션 이커머스 시장까지 입지를 넓힌다는 목표다.

조조타운이 무신사와 손잡은 배경에는 일본 내에서 거세진 K패션 열풍이 자리 잡고 있다. K컬처 인기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최근 일본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패션을 하나의 독립 카테고리로 소비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올 3분기(7~9월)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의 일본 거래액은 전년 대비 120% 증가했고, 구매 고객 수 역시 113% 늘었다. 10월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5배 이상 급등하며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하고하우스가 운영하는 ‘마뗑킴’도 일본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성장하고 있다. 마뗑킴은 지난해 홍콩·대만·마카오에 이어 올해 일본까지 진출하며 K-패션의 프런트러너로 자리 잡았다. 일본 도쿄 시부야 한복판에 자리잡은 마뗑킴 플래그십 스토어는 오픈 첫 주 매출만 4억3000만 원에 달했다.

마뗑킴의 가장 큰 경쟁력은 팬덤이 만든 브랜드 성장 구조다. ‘실제로 입고 싶은 옷’을 보여주는데 집중했고, 이런 철학을 SNS에서 고객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검증받는 방식이 글로벌 확산의 동력이 됐다. 브랜드를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외 2030 여성 팬덤은 자연스럽게 해외로 확장됐고, 글로벌 인플루언서 400여 명과 협업한 틱톡·인스타그램 캠페인은 조회수 2000만 회를 넘기며 미국·영국·멕시코 등 진출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브랜드 디자이너 전원이 한국 출신이라는 점도 정체성을 강화하는 요소다. 한글 로고 라인 같은 한국적 미학을 담아낸 제품은 일본·홍콩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내 K패션 성장의 밑바탕에는 국내 패션 브랜드의 체질이 전반적으로 튼튼해진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팬데믹 시기 국내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확산으로 브랜드 수가 급증하며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브랜딩·마케팅·유통 역량이 상향평준화됐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이해인 연구원은 “일본에서는 이제 K팝 스타일을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K패션 브랜드 자체에 대한 팬덤이 형성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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