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생성한 노래가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사회 전반에 AI 바람이 불며 인간의 일자리가 위협된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예술 분야마저 AI가 잠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현지 시간)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AI 가수 브레이킹 러스트(Breaking Rust)의 ‘워크 마이 워크(Walk My Walk)’가 미국 빌보드 컨트리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이 차트는 다운로드 수를 기준으로 집계된다. 해당 곡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에서도 350만 회 이상 재생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컨트리 음악 전문매체 위스키 리프의 편집자 애런 라이언은 NPR과의 인터뷰에서 “이 노래의 문제점은 누가 작곡했는지 알아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라며 음악의 진정성을 추구하는 미국 컨트리 음악계에서 AI 생성 음악에 대한 반발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레이킹 러스트 인스타그램반면 팬들은 이 곡이 AI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브레이킹 러스트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에는 “목소리가 너무 좋다”, “작곡 실력이 대단하다. 더 많이 듣고 싶다”, “실존 인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생 최고의 노래 중 하나”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팬들은 가수에게 투어를 요청하는 등 그가 AI라는 사실 자체를 알아채지 못한 모습이었다.
AI 가수가 빌보드 차트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9월에는 AI R&B 가수 자니아 모네가 만든 ‘렛 고 렛 고(Let Go, Let Go)’가 가스펠 차트 3위에,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How Was I Supposed To Know)’가 빌보드 차트 20위에 올랐다.
빌보드는 4일 “AI 음악은 더는 환상이나 호기심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며 빌보드 차트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최근 몇 달 동안 최소 6팀의 AI 또는 AI 지원 아티스트가 다양한 빌보드 차트에 데뷔했다. 실제로는 더 많을 수도 있다. 지금은 누가, 무엇이, 어느 정도까지 AI의 도움을 받고 있는지 구분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스트리밍 서비스 디저 인스타그램청취자들이 인간이 만든 음악과 AI 생성 음악을 구별하지 못하는 현실도 확인됐다. 프랑스 스트리밍 서비스 디저가 입소스와 8개국 9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7%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인간이 연주한 음악과 AI 생성 음악을 구분하지 못했다. 응답자 52%는 차이를 몰라서 “불편하다”고 답했다.
알렉시스 란터니에 디저 CEO는 “이번 조사 결과는 사람들이 자신이 듣는 곡이 AI가 만든 것인지 인간이 만든 것인지 알고 싶어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AI 생성 음악이 아티스트의 생계와 창작 활동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동의 없이 AI 학습에 사용하는 일은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음악업계에서도 AI로 인한 저작권 침해, 인간 창작자의 생계 위협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폴 매카트니, 케이트 부시, 두아 리파, 엘튼 존 등 여러 유명 아티스트들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게 창작자 보호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또 올해 2월에는 애니 레녹스, 데이먼 알반, 라디오헤드 등 1000명 이상의 아티스트가 ‘이게 우리가 원하는 일인가?(Is This What We Want?)’라는 제목의 무음(無音) 앨범을 발매했다. 이 앨범에는 텅 빈 스튜디오와 공연장의 소리만 담겼는데, AI 기업이 동의 없이 저작권이 있는 창작물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부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제작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