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도 한글이? 게임 속 한글 간판들[게임 인더스트리]

  • 동아일보

케이팝과 케이드라마를 중심으로 전 세계가 한국 문화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글’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데요. 외국인의 한국어 실력을 평가하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의 2024년 응시자 수는 약 49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24개국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고 있고, 국외 한국어·한국문화 교육기관인 세종학당의 수강생 수도 21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국적인 느낌을 내기 위해 인기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폰지밥’에서도 한글이 등장했다 / 출처=네모바지 스폰지밥 ‘피자시키신 분’ 에피소드
이국적인 느낌을 내기 위해 인기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폰지밥’에서도 한글이 등장했다 / 출처=네모바지 스폰지밥 ‘피자시키신 분’ 에피소드
이처럼 한글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게임 속에서 등장한 각종 ‘한글 간판’도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개발사들이 게임의 설정 현실감을 높이거나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한글을 활용한 사례죠.

몰라도 플레이에 지장은 없지만, 알면 괜히 반가운 게임 속 한글 간판들을 함께 살펴봅시다.

GTA 시리즈 – 실제 한인타운에 있던 안경점이?

어색한 한글 간판들이 보인다 / 출처=GTA4
어색한 한글 간판들이 보인다 / 출처=GTA4
락스타게임즈의 대표작 ‘GTA’ 시리즈에는 현실 도시의 다양한 문화가 세밀하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GTA4’의 리버티 시티에는 뉴욕의 코리아타운을 모델로 한 구역이 등장합니다. 이 지역에는 ‘토끼머리 미용실’, ‘자연미용 거강 강식품점’, ‘미친 성인 문신방’ 같은 간판이 걸려 있습니다. 문법적으로는 다소 어색해 고증을 철저히 반영했다기보다는, 한글 간판의 시각적 느낌을 살리는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꼭 닮았다 / 출처=(좌)구글 맵으로 확인한 불란서 안경 (우)GTA5
꼭 닮았다 / 출처=(좌)구글 맵으로 확인한 불란서 안경 (우)GTA5
하지만 ‘GTA5’에서는 이러한 표현이 한층 정교해졌습니다. 로스앤젤레스를 모티브로 한 ‘리틀 서울(Little Seoul)’에는 ‘큰달걀 안경’이라는 간판이 등장하는데요. 이는 실제 미국 한인타운에서 자주 보이는 안경점인 ‘불란서 안경’을 모티브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로고 디자인과 간판 구조까지 세밀하게 재현되어 있어, 단순히 분위기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한인 상권의 디테일까지 반영한 고증형 간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이버펑크 2077 – ‘사딸라’ 김두한이 햄버거집을 차렸다?

두한이네 4유로달러 버거샵 / 출처=사이버펑크2077
두한이네 4유로달러 버거샵 / 출처=사이버펑크2077
CD 프로젝트의 ‘사이버펑크 2077’에서도 뜻밖의 한국어 간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장소가 바로 ‘두한이네 4유로달러 버거샵’입니다. 간판에는 햄버거 캐릭터가 ‘Try Me!’라 외치고 있고, 그 위엔 커다란 글씨로 ‘4유로달러 버거샵’라고 적혀 있습니다. 한국 이용자라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야인시대’ 김두한의 “사딸라(4달러)!” 밈을 패러디한 장면이죠.

참고로 ‘사이버펑크 2077’ 설정집 상에서도 한글 간판을 볼 수 있는데요. 공식 설정집 ‘월드 오브 사이버펑크 2077’에 실린 삽화에는 ‘병천 토종 순대국’이라는 간판이 등장합니다. 그 위에는 ‘배달전문, 순대국 포장됩니다’라는 문구가 좌우 반전된 상태로 쓰여 있죠. 인 게임에서는 구현되지 않았지만, 이런 세부 설정을 보면 제작진이 초기 기획 단계에서부터 한국 문화를 도시의 일부로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알 수 있죠. 게임 내에서도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  오버워치 – 코레일 안내방송까지? 게임 맵에 등장한 ‘부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노래방 / 출처=오버워치 공식 유튜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노래방 / 출처=오버워치 공식 유튜브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역시 한글 간판으로 유명합니다. ‘오버워치’의 부산 맵에는 자갈치시장, PC방, 지하철역 등 현실 공간이 충실히 구현되어 있는데요. 시내 맵에는 ‘달라란 커피’라는 카페 간판과 ‘별밤 노래방’ 간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래방 내부로 들어가면 상호작용을 통해 직접 노래도 부를 수 있죠.

미래의 부산역은 이런 느낌? / 출처=오버워치 공식 유튜브
미래의 부산역은 이런 느낌? / 출처=오버워치 공식 유튜브
부산역 구역도 현실 고증이 잘 되어있습니다. 익숙한 파란 바탕에 하얀색 글씨로 ‘부산역’이 쓰여있는 이 구역에서는 일정 간격으로 실제 한국철도공사(KORAIL)에서 사용하는 TTS 안내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실제 부산역의 에스컬레이터 이용 안내 멘트와 동일하고, 제작진이 현장을 직접 답사해 녹음한 것이죠. 

킬 오어 데드 – 한글은 모르지만 한국 느낌은 내고 싶어!

신기하게 한글 간판들이 많이 등장했다 / 출처=스팀DB Kill or Dead 스크린샷
신기하게 한글 간판들이 많이 등장했다 / 출처=스팀DB Kill or Dead 스크린샷
현재는 스팀에서 내려갔지만, 2020년대 초반 공개된 인디 TPS ‘킬 오어 데드(Kill or Dead)’에서도 독특한 한글 간판들이 등장했습니다.

게임 속 거리에는 ‘로봇’, ‘섹시한 댄스’, ‘키폰 설치 보수’, ‘HP 전산용품 정품 판매점’ 등 맥락 없는 문구가 가득합니다. 개발자도 한국인이 아닌 만큼 의미보다는 글자의 형태와 리듬을 시각적 디자인 요소로 차용한 것으로 보이죠.

이런 한글 간판은 외국인에게 낯선 사이버 세계의 분위기를 강화하는 장치로 작용했습니다. 흔한 영어 대신 한국어를 차용하며 신선한 분위기를 준 덕분에,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분위가 독특해서 좋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게임 속에 한글 간판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K콘텐츠 열풍과 함께 세계 이용자들의 ‘한글 사랑’이 커지는 만큼, 앞으로는 더 많은 작품에서 한글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다양한 게임 속에 한글 간판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K콘텐츠 열풍과 함께 세계 이용자들의 ‘한글 사랑’이 커지고있는 만큼, 앞으로는 더 많은 작품에서 한글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게임 속 거리의 한글 간판이 영어 간판만큼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자리 잡아, 플레이 중 우연히 마주친 한글이 반가움을 전해주는 순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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