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만의 ‘해머’, 예테보리 오페라댄스컴퍼니 기자간담회
에크만 “시대 비추는 거울 같은 작품 만드는게 목표”
“작품 ‘해머’, 망치로 자아를 부순다는 의미 담아”
14~16일 서울 LG아트센터, 21~22일 부산서 공연
ⓒ뉴시스
“한국 관객들이 야유하면 굉장히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관객들이 야유를 보낸다는 건 진정한 민주주의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발언권을 행사한다고 보기 때문이죠.”
스웨덴의 발레 무용수 겸 안무가 알렉산더 에크만(41)이 12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알렉산더 에크만의 해머,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 기자간담회에서 관객의 야유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아티스트인 제겐 굉장히 고통스럽지만 전체적인 예술 수준을 또 한 단계 끌어올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 유수의 극장과 무용단으로부터 가장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는 에크만은 발레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나 현대무용에 한 획을 그은 안무가다. 그는 ’세계 최정상급 퍼포먼스(Aftonbladet)‘라는 평을 듣고 있는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와 함께 오는 14~16일 LG아트센터 서울 무대에서 ’해머(Hammer)‘를 선보인다.
’해머‘는 2022년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초연된 에크만의 최신작으로,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레퍼토리 중에서도 매번 매진을 기록하는 대표 인기작 중 하나다. LG아트센터 서울 공연 역시 매진됐다.
쿨베리 발레단(Cullberg Ballet)에서 21세에 안무가로 데뷔한 에크만은 네덜란드 댄스 씨어터, 스웨덴 왕립 발레단 그리고 파리 오페라 발레단까지 세계적인 무용단들과 연이어 화제작을 만들고 있다. 그의 작품은 파격적인 비주얼로 관객들에게 그야말로 비주얼 쇼크를 선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무대 위로 4만의 녹색 공을 쏟아낸 ’플레이(PLAY)‘, 5000리터의 물로 무대에 호수를 구현한 ’백조의 호수‘, 볏짚을 던지고 휘두르며 북유럽 하지의 환상과 악몽의 경계를 넘나든 ’한여름 밤의 꿈‘ 등 파격적이고 압도적인 무대를 선보여왔다.
이날 간담회에서 그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기대치가 굉장히 높다고 하자 에크만은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이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소위 말하는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사람들이 갖고 있는 기대치에 대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때로는 무명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예술가로서 제가 하는 일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을 집중하고, 기대치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라며 “시대를 비추는 거울과 같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작품 제목을 ’해머‘라고 지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해머‘는 에크만이 그리스의 한 레스토랑을 방문했을 때 경험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시끌벅적하게 웃고 떠들던 젊은 관광객들 중 한 사람이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하자, 모두가 자연스러운 척하려 애쓰지만 점점 카메라를 의식하며 분위기가 달라지는 순간을 포착했다. 이전에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연예인 등 소수의 특권이었다면, 이제는 핸드폰을 가진 개개인 모두가 연출된 모습을 자신의 일상이라며 SNS(소셜미디어)에 전시하는 현 시대에 에크만은 ’진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에크만은 “작품에선 이타심과 이기심을 우리가 다 만나볼 수가 있다”며 “우리가 자기중심적이다 또는 이기적이라고 할 때는 우리가 갖고 있는 굉장히 굳어진 자아를 뜻하는데, 나이와도 큰 관련이 있다. 30세 때부터 자아가 점점 굳어지면서 굉장히 자기중심적이고 또 이기적인 독선적 모습들을 사람들이 보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굳어진 자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의견을 교환하거나 소통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바로 제목처럼 해머(망치)를 가지고 그 자아를 부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조금 더 열려있다면 쉽게 연결고리를 갖게 될 것”이라며 “균형잡힌 자아를 갖는게 중요하다. 서양에서 발달된 개인주의, 한국에서의 ‘우리’ 중심 문화를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도 했다.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카트린 할 예술감독은 “현대무용의 현재는 여기에 있다”고 스스로 외치는 자신감을 ‘해머’에서 어떻게 펼칠지 묻는 질문에 “무용계를 선도하는 선구자적인 목소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런 목적을 위해서 용기를 가지고 많은 리스크를 감당한다”고 답했다.
이어 “안무가 뿐만 아니라 그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새로운 목소리의 발굴”이라며 “신진 안무가 및 창작가 등과의 작업을 통해 무용계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무용계의 미래를 저희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머’는 다층적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작품이다. 굉장히 재미있고 웃긴 요소들 이면에는 진지한 주제 의식이 분명하게 자리 잡고 있다”며 “이러한 주제 의식을 가지고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관객으로 하여금 많은 성찰과 사유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해머’는 14~16일 서울 LG아트센터 공연에 이어 21~22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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