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희망 ‘엔허투’, 보험 적용 시급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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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약 8%는 전이성 유방암… 10년 생존율 22.2%로 낮은 편
최근 큰 주목받은 신약 엔허투, 무진행 생존 기간 4배 이상 연장
국내선 보험적용 안돼 환자 고통

지난해 엔허투의 신속한 국내 허가를 촉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화제를 모았고 올해 2월 건강보험 촉구 
국민동의 청원 또한 사흘 만에 5만 명을 달성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원소위의 심사가 진행 중이다. 동아일보DB
지난해 엔허투의 신속한 국내 허가를 촉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화제를 모았고 올해 2월 건강보험 촉구 국민동의 청원 또한 사흘 만에 5만 명을 달성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원소위의 심사가 진행 중이다. 동아일보DB
“남은 약이 별로 없다. 있는 약도 의미 없다고 해서 호스피스를 알아보던 중에 엔허투가 나와서 자비로 첫 투여했습니다. 잘될 거라는 믿음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엔허투… 실비보험도 없는데 앞길이 막막합니다. 집을 팔아서라도 맞을 생각입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데 엔허투 치료비가 너무 비싸서 엄마가 치료를 못 받을까 봐 걱정입니다. 신용 대출을 받아야 할지, 월급 더 주는 곳으로 이직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기존 치료제 대비 무진행 생존 기간을 4배 이상 연장하며 허투(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인생 2막을 열 것으로 주목받는 신약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에 대한 환자의 기대감이 약값 걱정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건강보험 첫 심사 결과가 ‘재논의’로 내려지자 유방암 환자 커뮤니티에서 환자와 가족들이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 10년 후 5명 중 1명만 생존
유방암은 검진 활성화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예후가 비교적 좋은 암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체 유방암의 약 8%를 차지하는 전이성 유방암은 다르다. 우리나라 전체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1.2%, 10년 생존율 84.8% 정도로 다른 고형암 대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암이 전신으로 전이된 4기 유방암 환자는 5년 생존율 34%, 10년 생존율은 22.2% 수준으로 현저히 낮아진다.

전체 유방암의 약 20∼25%를 차지하는 허투 양성 유방암의 경우 재발과 전이 가능성이 높고 질병의 진행 속도가 빨라 예후가 좋지 않다. 그동안은 허투 양성 전이성 유방암에서 캐싸일라(성분명 트라스트주맙엠탄신) 치료에 실패한 이후 반응률과 생존 기간을 효과적으로 개선한 표준 치료법이 부재해 효과가 좋은 치료제에 대한 환자와 의료진의 요구가 매우 큰 상황이었다.

허투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 위한 신약 등장
다행히 허투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신약이 등장하면서 환자에게 희망이 생겼다. 지난해 9월 국내 허가를 받은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트주맙데룩스테칸)는 특정 단백질을 표적하는 항체에 암세포를 사멸하는 약물을 연결한 항체약물접합체(ADC, Antibody Drug Conjugate)다. 항체와 허투 단백질이 과발현된 표적 암세포가 결합하면 항체에 연결된 항암제가 암세포 내로 이동해 암세포를 사멸시켜 치료 효과는 극대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기전을 지닌 신약으로, 쉽게 설명하면 폭탄을 실은 전투기가 목표를 정확하게 타깃한 뒤 폭탄을 내부로 전달해 터트리는 방식이다.

엔허투는 DESTINY-Breast03 임상 연구를 통해 허투 양성 전이성 유방암의 기존 2차 치료제인 캐싸일라 대비(6.8개월) 4배 이상 긴 28.8개월의 무진행 생존 기간을 확인했으며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72% 낮췄다. 이는 다음 치료제가 등장할 때까지 환자와 가족들이 함께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 의미가 있다. 엔허투는 임상 연구 결과가 공개된 학술대회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현재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의 국가에서 보험 적용을 받아 환자 치료에 쓰이고 있다.

획기적 신약 나왔지만 국내 보험 적용은 아직
지난해 엔허투의 신속한 국내 허가를 촉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화제를 모았고, 올해 2월 건강보험 촉구 국민동의 청원 또한 사흘 만에 5만 명을 달성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원소위의 심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엔허투 급여에 대한 환자들의 간절한 염원과 달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3월 열린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엔허투 급여 재논의’ 결정을 내려 환자와 가족의 시름이 깊다. 환자들은 ‘생존율이 낮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며 엔허투의 조속한 건강보험 적용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엔허투 건강보험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급여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김지형 강남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서구권과 달리 40∼50대의 젊은 유방암 환자가 대다수”라며 “한창 사회경제적 활동을 영위하는 시기인 만큼 환자 투병으로 인한 가정 안녕 저해와 사회경제적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시간이 많지 않다”라며 “이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온전히 그 역할을 유지할 수 있도록 2차 필수 치료제로서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한 엔허투의 급여 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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