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첫 방영 ‘나의 아저씨’…논란 뚫고 “아재들의 판타지” 완성할까?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3월 21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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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의 아저씨’ 공식 포스터
사진=‘나의 아저씨’ 공식 포스터
21일 첫 방송하는 tvN 새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갖가지 논란을 뚫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될 수 있을까?

앞서 tvN은 “삶의 무게를 무던히 버텨왔던 40대 한 남자와 그와는 전혀 다른 삶이지만 마찬가지로 삶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20대 한 여자가 상대방의 삶을 바라보며 서로를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나의 아저씨’를 소개했다. ‘또 오해영’의 박해영 작가가 극본을, ‘미생’, ‘시그널’의 김원석PD가 연출을 맡았다. 배우 이선균(43)이 남주인공 ‘박동훈’ 역으로, 가수 겸 배우 아이유(본명 이지은·25)가 여주인공 ‘이지안’ 역으로 분한다.

‘나의 아저씨’는 지난해 남녀주인공 캐스팅 단계부터 논란에 휩싸였던 작품이다. 남녀주인공간의 극중·실제 나이차가 이유다. 일부 누리꾼은 “‘아재’들만의 판타지”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최근 제작진이 작품의 공식 홈페이지에 극중 인물 정보와 기획의도 등을 공개하자 논란은 더 뜨거워지는 모양새다. 이 작품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이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지적한다.

◆ 남녀주인공 간 나이차
사진=‘나의 아저씨’ 공식 홈페이지
사진=‘나의 아저씨’ 공식 홈페이지


남주인공 박동훈은 극중 45세다. 여주인공 이지안은 21세다. 24세, 띠동갑의 두 배가 차이나는 두 사람은 공식 홈페이지의 인물 관계도를 보면 ‘애정’ 관계다. 일부 누리꾼, 특히 여성들은 “설정이 현실과 갭이 커 공감이 가지 않을 것 같다. 젊은 여자는 아저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45세 남자와 21세 여자의 사랑이라니, 완전히 시대에 역행하는 드라마” “왜 자꾸 방송에서 20대 여자와 40대 남자를 엮는 것인가. 또 ‘진정한 사랑’이라며 포장할 생각인가” “20대 여성에게 40~50대 아저씨가 인생 멘토가 되는 일이 더 많을까, 성범죄 가해자나 진상 고객이 되는 일이 더 많을까”라며 불쾌해했다.

드라마 남녀 주인공의 나이차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이병헌과 김태리가 주연을 맡은 ‘미스터 선샤인(2018년 하반기 방영예정)’, 공유와 김고은이 주연을 맡은 ‘도깨비’ 등도 주인공 간의 나이 차 때문에 도마에 올랐다. 극중 설정도 그렇지만 실제 로맨스 연기를 소화하는 배우들의 실제 나이 차도 문제가 됐다. 이병헌과 김태리는 20세 차이가 나며, 공유와 김고은은 공유 쪽이 연상인 ‘띠동갑’이다. 극중 내용도 여자 주인공이 고등학생으로 미성년자라는 설정이어서 반발을 샀다.

◆ ‘나의 아저씨’는 유부남

박동훈에게는 강윤희(이지아 분)라는 43세 아내가 있다. 아내는 아이를 낳고 사법고시에 붙어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인물이다. 홈페이지의 인물관계도를 보면 두 사람은 ‘가족’으로 표시됐다. 한 누리꾼은 “기혼 중년 남성과 미혼 사회초년생 여성의 관계는 ‘훈훈한 우정’이든 ‘로맨스’든 상식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 “널 좋아해서 괴롭히는 거야”…폭력을 ‘사랑’으로 미화?

주인공 지안의 주변에는 20대 중반의 남성캐릭터 ‘이광일(장기용 분)’이라는 인물이 있다.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그는 ‘지안을 괴롭히는 맛에 사는 사채업자’로 지안의 다른 빚까지 사서 끊임없이 그의 곁을 맴돈다. 지안이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기 위해 지안을 더 괴롭힌다. 이를 두고 애정이라는 말로 포장해서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는 ‘범죄’를 미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기획의도

“여기 아저씨가 있다. 우러러 볼만한 경력도, 부러워할 만한 능력도 없다. 그저 순리대로 살아갈 뿐이다. 그러나 그 속엔 아홉 살 소년의 순수성이 있고, 타성에 물들지 않은 날카로움도 있다. 인간에 대한 본능적인 따뜻함과 우직함도 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인간의 매력’을 보여주는 아저씨. 그를 보면, 맑은 물에 눈과 귀를 씻은 느낌이 든다. 길거리에 넘쳐나는 흔하디흔한 아저씨들. 한심하게 보이던 그들이 사랑스러워 죽을 것이다.”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드라마의 기획의도 중 일부다. 이를 두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중심으로 “이 드라마 보고 일부 나이 많은 남자들이 자기 주제도 모르고 어린 여자들한테 들이댈 거 안 봐도 비디오” “현실은 여자를 가난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구조, 로맨스라는 이름으로 착취하려는 남자, 이를 보호하거나 말릴 생각이 없는 사회가 찰떡같이 3박자를 맞춰 돌아가는 기막힌 콤비 플레이” “중년남성 자존심 회복 프로젝트. 아이 낳고도 사법고시 붙어 변호사인 아내에게 찾지 못한 위로를 21세 밑바닥 인생 소녀에게 찾는 거, 안 창피한가”등 비난과 비아냥이 이어졌다.

이같은 누리꾼들의 지적을 두고 ‘검열이 지나치다’는 말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검열하고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달려들어 물어뜯는 것 자체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다양한 해석과 선택이 보장되고, 또 여성이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설정이 눈에 띄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 밖에 “나이차가 많이 나는 남녀주인공의 로맨스면 또 어떤가” “젊은 여자와 중년 남자의 로맨스가 진부하기는 하지만 죄는 아니지 않은가” “이렇게까지 문제될 일인가, 맘에 안 들면 그냥 안 보면 되는 것” “‘아저씨’라는 단어에 반감이 이리도 심하니 작가가 이를 자신의 창작물로 깨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 같다. 세상에는 자신이 책임질 것들을 책임지며 살아가는 멋있는 아저씨들도 있다”는 이들도 있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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