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900만 관객 ‘관상’ 제작사, 감독에게 소송 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월 20일 08시 00분


영화 ‘관상’ 촬영장, 한재림 감독 모습.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관상’ 촬영장, 한재림 감독 모습. 사진제공|쇼박스
촬영 늘어 추가제작비 책임 묻는 첫 소송
흥행보수는 수용…비용 손배소송은 항소

2013년 9월 개봉해 913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영화 ‘관상’의 제작사와 감독 사이에 진행 중인 소송전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2012년 5개월 예정으로 촬영을 진행했지만 이보다 두 달여가 늘어나면서 발생한 추가 제작비 15억원을 둘러싼 ‘책임공방’이다.

얼핏 ‘돈’을 놓고 벌이는 다툼 정도로만 비친다. 하지만 이번 소송의 본질은 전체 한국영화계와 관련한 전혀 다른 지점에 있다. 제작사가 감독에게 제작비 초과분과 관련해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첫 소송에 영화계가 관심의 시선을 보내는 까닭이기도 하다.

● “영화 제작상 손실은 누가 책임지나?”

주피터필름은 2011년 연출자로 한재림 감독을 발탁하며 상호 합의에 따라 ‘감독 고용계약’을 맺었다. 감독이 “계약상 의무를 위반해” 제작 일정과 예산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그 일부를 배상하라는 내용을 명시했다. 영화 촬영현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곧 ‘돈’이라는 공감대 아래 서로 긴장감을 갖고 작품을 완성하자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당초 예정보다 촬영 기간이 두 달이나 늘어나면서 제작사 측은 그만큼 초과한 제작비의 일부를 “계약에 따라” 감독도 책임져야 한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한 감독은 ‘관상’의 제작사 수익 중 5%의 흥행 성공 보수를 요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법원은 그 주장의 일부만을 받아들여 ‘극장 수익의 5%’로 한정한 1억8000만원을 제작사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제작사의 손해배상 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제작사는 흥행 성공 보수 판결을 받아들였지만 손해배상 청구소송만큼은 항소한다는 입장이다. 주피터필름은 “제작비 초과 책임을 감독에게 모두 전가하려는 의도가 절대 아니다”며 “한국영화 산업이 시스템으로 정착되는 과정에서 관행을 벗어나 제작사와 감독이 계약에 따라 상호 약속한 책임과 의무를 존중하자는 뜻”이라고 밝혔다.

● “비정상의 정상화?”

이를 두고 영화계 한편에서는 ‘감독의 창작권을 위축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기준으로 삼을 만한 판례가 마련돼야 한다’는 시선이 많다. 실제로 ‘예술적 완성도’라는 주장을 지나치게 넘어선 일부 감독의 전횡으로 제작사가 그 막대한 손실을 떠안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는 점에서 ‘관상’ 제작사가 제기한 문제에 동의하는 의견은 상당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한국영화 산업화가 가속화하는 만큼 한 편의 영화를 함께 완성한 제작 주체들이 이익은 물론 손해에 대한 책임도 분담해야 한다는 데 쏠린다. 현재 한국영화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예산이나 흥행 실패에 따른 손실의 전적인 책임을 대부분 제작사가 떠안고 있는 기형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네 편의 영화를 만든 한 제작자는 “초과한 제작비를 전부 제작사가 책임지는 방식이 한국영화계의 오랜 관행처럼 굳어졌다”며 “영화 진행 방식에 관해서도 감독과 계약을 맺지만 그대로 실행되지 않아도 굳이 문제 삼지 않고 적당히 넘어가는 게 마치 미덕처럼 여겨져 왔다”고 지적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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