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천만’ 누리고 사제와 깡패에 열광한…2015년 영화계 결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6일 14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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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 열풍으로 시작해 영웅들에게 점령당했다가 ‘쌍천만’을 누리고 세자와 사제와 깡패에 열광하다.’

2015년 한국 영화계는 급격한 희비쌍곡선을 그렸다. 한국 영화는 2월 ‘국제시장’(1426만 명)의 관객 1000만 명 돌파로 상큼하게 문을 열었지만 이후 대작 부재와 메르스 사태로 극심한 관객 기근에 시달렸다.

대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1049만 명)을 비롯해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612만 명)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384만 명) 등 외화 중심으로 관객이 들었다.

다행히 6월 영화 ‘연평해전’(604만 명)이 흥행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여름철 ‘암살’과 ‘베테랑’이 각각 1270만 명, 1341만 명을 모으며 ‘쌍천만’을 기록했다. 한국 영화 흥행 바람은 ‘사도’(624만 명)와 ‘검은 사제들’(16일 현재 542만 명) ‘내부자들’(〃 613만 명)로 이어졌다.
이로써 올해 1000만 영화가 3편, ‘중대박’으로 치는 500만~800만 영화가 7편(한국 영화 4편)이 나왔다. 하지만 300만~500만 영화 8편 중 한국 영화는 2편에 그쳐 ‘한국영화에 허리가 없다’는 우려가 지난해에 이어 제기됐다.

동아일보 영화담당 기자들이 한 해를 돌아보며 ‘우리끼리 어워드’를 시상했다. 대리수상은 괜찮지만 수상 거부는 ‘반사’한다.》

‘베테랑’의 유아인. 사진제공|외유내강
‘베테랑’의 유아인. 사진제공|외유내강

▽‘고구마&사이다’ 상=‘베테랑’부터 ‘내부자들’까지 고구마 10개를 먹은 것 같이 꽉 막힌 현실의 갑갑함을 사이다 ‘원샷’한 듯 통쾌하게 뚫어주는 영화들이 대세를 이뤘다. 관객에게 가장 많이 고구마를 먹인(?) 배우는 역시 ‘베테랑’에서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를 연기한 유아인. 실감나는 악역 연기 덕분에 서도철(황정민)과 벌이는 마지막 난투극이 사이다처럼 짜릿했다.

▽최고의 각색 상=한국 현대사를 돌아본 ‘국제시장’을 시작으로 ‘극비수사’ ‘사도’ ‘소수의견’ 등 역사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많았다. ‘연평해전’처럼 실제 사건을 충실히 반영하거나, ‘간신’처럼 섹시하게 풀어내는 등 방법도 다양했다. 최고의 각색은 일제강점기를 흥미진진한 활극으로 풀어내 ‘일제강점기가 배경이면 실패한다’는 충무로 속설을 깬 ‘암살’이다.

▽‘파괴지왕’ 상=통쾌함이 강조됐던 한해인 만큼 때리고 부수는 영화도 많았다. 꽉 막힌 명동 거리를 자동차 한 대로 뚫어버린 ‘베테랑’이나 서울 지하철을 탈선시킨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불꽃놀이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가 대표적이다. 그 중에도 귀청을 찢을 듯한 엔진 소리와 스턴트 액션의 ‘매드맥스: 분노의 질주’는 관객들의 심장을 관통했다.

‘암살’의 전지현. 사진제공|케이퍼필름
‘암살’의 전지현. 사진제공|케이퍼필름

▽형광등 100개 켠 미모 상=여배우들이 활약한 한 해였다. 문채원의 왈가닥 매력으로 승부한 ‘오늘의 연애’, 한효주를 위한, 한효주에 의한 영화 ‘뷰티 인사이드’가 분발했지만 ‘끝판왕’은 따로 있었다. 안경을 껴도, 거적때기 군복을 입어도, 그녀의 피부에선 형광등 심은 듯 빛이 났다. 대륙의 여신, 전.지.현.

▽‘걸크러쉬’ 상=같은 여성에게도 ‘심쿵’을 유발하는 터프한 언니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매드맥스’의 퓨리오사,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일사 등이 할리우드 대표 ‘센 언니’였다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은 세탁기와 빗자루, 명함 등을 이용한 섬뜩한 ‘알바’ 실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두둑한 뱃살에 산발한 머리, 식칼 액션으로 무장한 ‘차이나타운’의 김혜수가 가장 강렬했다.

▽신출귀몰 상=유해진, 배성우, 진경 등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 배우들이 많았다. 이경영은 올해도 10여 편에 출연하며 최다 출연자에게 주는 ‘올해의 이경영 상’ 제정 필요성에 다시 한번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신 내린 흥행 ‘감’을 보여준 배우는 따로 있었다.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으로 ‘쌍천만’ 아닌 ‘삼천만’을 기록한 ‘천만요정’ 오달수다.

▽구관이 명관 상=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속편이 많이 개봉한 만큼 해외 스타들의 내한도 잦았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마크 러팔로(‘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아놀드 슈왈제네거, 에밀리아 클라크(‘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토마스 생스터, 이기홍(‘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 등이다. 최고의 내한 스타는 한국 팬들에게 남긴 자필 편지 마지막에 삐뚤빼뚤한 한글로 서명을 해준 ‘톰 형님’(‘미션 임파서블’)일 듯.

‘검은 사제들’의 강동원. 사진제공|영화사 집
‘검은 사제들’의 강동원. 사진제공|영화사 집

▽베스트 코스튬 상=‘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며 양복점에 본부를 차린 ‘킹스맨’에서 이미 눈치 챘다. 올해는 ‘코스튬 플레이’의 해가 될 거라는 걸. 위아래 쫄쫄이 챙겨 입은 슈퍼 히어로들의 향연(‘어벤져스2’)도 인상적이었지만 최고는 역시 ‘검은 사제들’의 강동원이 입은 사제복이다. ‘성스러운 섹시함’이라는 형용모순을 가능케 하는 기적으로 갖은 간증을 끌어냈다. 강조한다. 그냥 사제복 아니고 ‘강동원이 입은 사제복’이다.

▽끝내주는 한마디 상=‘베테랑’은 상세한 용어 설명으로 전 국민의 일반상식 증진에 기여한 “어이가 없네~”, 배우 강수연의 평소 말버릇을 공짜로 빌려 쓴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배우 마동석이 ‘귀요미’ 매력을 터뜨린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 등 ‘명대사 밭’이었다. 하지만 11월 개봉한 ‘내부자들’이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이병헌의 애드리브로 탄생한 “모히토에서 몰디브나 마실까”다. 영화도 살리고 이병헌 본인도 살린, 최고의 대사였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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