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일본 ‘포켓몬스터’ 집단발작 사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2월 16일 08시 00분


■ 1997년 12월 16일

1997년 오늘 저녁, TV를 시청하던 수백여명의 일본 어린이들이 갑자기 몸을 떨고 구토를 했다. 일부는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아이들은 병원으로 실려 갔다. TV 화면 속에서 뿜어져 나온 섬광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런 집단 이상증세를 몰고 온 것은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사진). 이날 TV도쿄와 그 지방계열사를 통해 그 38번째 에피소드를 보던 어린이들은 화면 속 수초 동안 이어진 ‘빨·노·파’의 강렬하고 현란한 원색의 점멸과 고주파섬광이 가져다준 순간적인 광(光) 과민성 발작을 일으킨 것이었다. 일본 사회는 충격에 빠졌고, ‘포켓몬스터’는 방영 중지됐다.

‘포켓몬스터’는 일본 닌텐도사가 개발한 휴대용 게임 소프트웨어. 어린이를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면서 그해 4월 TV도쿄가 애니메이션화했다. 역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집단 이상증세 이후 ‘포켓몬스터’는 이듬해 4월 방송을 재개했다. 하지만 1997년 사태가 남긴 우려는 여전했다.

이런 우려 속에서 ‘포켓몬스터’는 1999년 6월 어린이 만화잡지를 통해 한국에 상륙했다. TV애니메이션도 그 다음달부터 SBS를 통해 방송됐다. SBS는 방송위원회의 “섬광 완화와 왜색문화 수정 권고”를 받아들여 일부 수정했고, 문제의 38번째 에피소드는 아예 방송하지 않았다. 또 관련 캐릭터 상품과 만화단행본 등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런 인기는 일본과 한국을 넘어 미국 등 전 세계적인 것이었다. 그해 말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포켓몬스터’의 주인공 피카추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할 정도였다.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는 주인공 소년이 포켓몬스터 트레이너가 되어가는 이야기. 원래 포켓몬스터는 다양한 몬스터를 모아 적과 싸우는 게임으로 각 몬스터 캐릭터를 게임을 함께 즐기는 이들과 교환할 수 있게 했다. 애니메이션은 소년이 그 과정에서 가장 말썽꾸러기 캐릭터인 피카추를 갖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1999년 9월6일자 동아일보에서 김유리 패션평론가는 “포켓몬스터는 진정한 사랑을 기울여야만 잘 자라고 싸움에서 이긴다”면서 “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는 일본인의 폐쇄성으로 인한 사랑의 갈증이 이런 거대 히트상품을 만들었는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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